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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에스토니아 대사 “세계 최고 수준 K방산, 자유민주주의 국가와 협력 넓혀야”

입력 | 2024-12-02 18:15:00


스텐 슈베데 주한 에스토니아 대사가 서울 중구 주한 에스토니아 대사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차질 없는 무기 공급 능력, 맞춤형 무기 제공 역량 등 K방산은 세계 최고 수준” 

스텐 슈베대 주한 에스토니아 대사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방위산업의 강점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 방산의 탄탄한 산업 기반과 생산 역량에 놀랐다. 생산 라인을 유연하게 확장해서 무기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더라”며 “에스토니아는 뛰어난 성능과 품질력을 갖춘 한국 무기 시스템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스토니아는 2018년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국산 자주포 K9을 36기 주문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보니 먼 거리에서도 적의 위협을 막을 수 있는 자주포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에스토니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가장 먼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한 나라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면 에스토니아도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 에스토니아를 지킬 자주포 등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이런 안보 공백 우려를 불식시킨 것이 K9이었다. 

슈베대 대사는 “K9의 공격거리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독일제 자주포보다 2배나 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한국에서 빠르게 K9을 받았다. 그 덕분에 기존에 보유하던 독일 자주포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방산의 빠른 무기 제공 능력 덕분에 안보 공백 없이 우크라이나를 도울 수 있었다는 얘기다. 

스텐 슈베데 주한 에스토니아 대사가 서울 중구 주한 에스토니아 대사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슈베대 대사는 K9이 에스토니아 군의 특성에 가장 적합한 무기라는 점도 강조했다. 에스토니아는 한국처럼 징병제 국가다. 약 7000명의 군인과 약 20만 명 이상의 예비군이 있다. 징집군의 군 복무 기간은 1년이 채 안 돼서, 짧은 복무 기간 동안 무기 다루는 법을 모두 익혀야 한다. 운용하기 쉬운 무기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다. 슈베대 대사는 “우리 군의 특성상 무기 체계가 복잡하면 안 된다. K9은 운용이 매우 쉽다. 특히 에스토니아의 추운 겨울에서도 K9은 성능을 제대로 발휘했다. K9은 우리의 방어 능력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고 말했다. 

특히 슈베대 대사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방산 기업들이 긴밀한 협력 체제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 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독재 국가와 민주주의 국가 간의 분열 속에서 올바른 쪽에 서 있다. 같은 생각을 가진 민주주의 국가의방산 기업들이 다양한 협력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한국과 폴란드가 좋은 예”라고 말했다.  

한국은 폴란드에게 K9 자주포 등을 수출하면서, 생산시설을 폴란드에 마련하고 폴란드 산 자폭 드론을 구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방산 협력을 계기로 무기 수출국과 수입국의 기업들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슈베대 대사는 “에스토니아에 생산 시설을 갖추거나, MRO(유지, 보수, 정비) 협력을 하면 양국의 협력은 더 지속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장 상황을 면밀히 살펴본다면 무기 생산이나, 적에 대한 억제력 강화 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주변 국가들과 전쟁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면서, K방산이 나가야 할 방향을 논의하자는 의미다.  

특히, 방산 업계에서는 에스토니아와 적의 사이버 공격을 대비한 방산 및 안보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에스토니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내에서 최고 수준의 사이버 안보 및 방어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토는 2008년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 사이버방위센터(CCDCOE)를 설치했다. 한국은 지난해 에스토니아가 주관하는 나토의 연례 사이버 방어 연합 훈련에 파트너국으로 참여했다.  

에스토니아는 향후 10년간은 국내총생산(GDP)의 3.4% 이상을 국방비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나토 회원국 중 폴란드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수치다. 슈베대 대사는 “유럽은 무기 구매에 대한 수요가 계속 커지고 있다. 에스토니아도 한국산 무기 추가 도입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K 방산 무기들의 발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