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롯데-현대 ‘양극화’ 명품-핫 브랜드 몰린 대형 점포… 불황에도 매출 늘며 성장 뚜렷 소규모 지방 점포는 갈수록 위축… 롯데, 하위권 점포 구조조정 검토
연 매출(거래액 기준) 조 단위인 백화점 ‘메가’ 점포들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3조 원대 점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 강남이나 대도시 핵심 상권에 위치한 이들은 불경기가 무색한 실적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반면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의 소규모 점포들은 실적 부진으로 폐점에 이르고 있다. 메가점포들이 주변 백화점들의 수요까지 독식하는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 상위 3개 점포 매출이 절반 육박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매출 상위 3개 점포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56%에 이른다. 가장 비중이 두드러진 곳은 신세계백화점으로 상위 3개 점포(강남·부산 센텀시티·대구점) 매출이 13개 점포 전체 매출의 55.4%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은 31개 점포 중 잠실·본점·부산본점 등 3개 점포 매출이 45.1%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은 16개 점포 중 상위 3개 점포(판교·무역·본점) 매출이 43.5%였다. 장사가 잘 되는 점포 3곳의 매출이 전체 회사 매출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셈이다.
상품기획(MD) 경쟁력과 콘텐츠부터 차이가 난다. 백화점 관계자는 “고객들이 백화점에서 사고 싶어 하는 명품 브랜드나 상품이 메가점포에 많이 집중돼 있다”며 “가장 ‘핫’한 브랜드들의 팝업 행사도 더 많아지고, 이 때문에 손님들이 더 모이는 순환구조”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백화점 관계자는 “브랜드들도 메가점포에만 들어가고 싶어한다”며 “심지어 ‘소규모 점포에 입점해 주면 메가점포 입점권도 주겠다’는 딜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 지방 점포들은 폐점 위기
메가점포들은 주로 서울 강남·명동, 부산, 대구 등 대도시의 도심에 집중돼 있다. 반면 지방 점포나 대도시의 소규모 점포는 점차 쇠락하는 추세다. 온라인 쇼핑 위주로 소비 중심이 옮겨가는 트렌드와 소비심리 위축, 인구 감소 등이 주된 이유다. 메가점포로 손님이 몰리면서 동네 손님들을 빼앗기는 영향도 있다.
실적을 개선하지 못해 문을 닫는 곳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누적된 경영난으로 폐점 후 3년째 매수자를 찾지 못해 올해 8월 공개 매각에 이른 대구백화점이 대표적 사례다.
전문가들은 소규모 점포 위축 현상이 지방소멸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동네에 있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폐점하면 해당 지역은 큰 타격을 받는다”며 “지방·소규모 점포들도 ‘크리스마스 마켓’ 같은 차별화된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을 모을 수 있도록 생존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