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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지킴이’부터 ‘老-老돌봄’까지… 노인 일자리의 색다른 변신

입력 | 2024-12-02 19:33:00

“가치 있는 인생 2막”




지난달 29일 오전 10시 제주시 제주에너지공사 CFI에너지미래관 강당. 노인 5명이 손에 대본을 들고 어린이집 아동에게 보여줄 인형극을 연습하고 있었다. 인형극 주제는 ‘환경 보호를 위한 에너지’로 에너지 종류를 쉽게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인형극을 하던 김병수 씨(68)가 “환경을 아프게 하지 않는 에너지에 대해 배워볼까요?”라고 하자 어린이들은 “네”라고 대답하며 웃었다.


지난달 29일 제주시 제주에너지공사 CFI에너지미래관 강당에서 열린 어린이 인형극에 참여한 시니어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제공




노인일자리 사업은 활기차고 건강한 노후생활을 할 수 있도록 공익활동, 일자리, 재능나눔 등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여 노인복지 향상에 기여하는 사업이다. 김 씨는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어린이 인형극에 참여했다.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이들은 “임금은 적지만 자부심을 느껴 행복하다”고 했다.

● 노인일자리 사업 신청에 시니어들 ‘북적’

김 씨가 소속된 제주시니어클럽은 올해 20주년을 맞은 노인일자리 수행기관이다. 제주도라는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환경보호와 기후위기 대응에 무게를 두고 폐린넨 업사이클링, 환경 교육, 에너지 도슨트 등 특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사업에는 3761명이 참여했으며 대기 인원만 1500명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제주 시니어클럽의 노인일자리 모집 첫 날인 지난달 28일 접수 대여섯 시간 만에 이미 500명이 넘게 지원했다.

노인역량활용사업에 참여한 이들은 월 76만 원 정도를 받는다. 학교 교사를 하다 은퇴한 그는 일주일에 3일 출근하며 하루 5시간 근무한다. ‘에너지 도슨트’로 활동하는 박길승 씨(75)는 “새로 공부하는 것 자체가 즐겁다”고 했다.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어르신들이 지원서를 작성하고 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제공.



현재 제주도에서 진행하는 사업 중에서는 시범사업이 일부 존재한다. 지역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자체에 보고하면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을 발굴한다. 해당 모델이 성공적으로 지역에 정착하면 우수 사업으로 선정돼 전국 단위로 보급된다. 강원 태백과 삼척에서 시작된 ‘세탁방 사업’은 제주도로 보급돼 29일부터 개소식을 갖고 운영하기 시작했다.

● 노인이 노인 도우며 일자리 창출

제주도 노인 일자리 사업은 ‘노-노(老-老) 돌봄’의 일환으로 운영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세탁상 서비스 이외에도 취약계층에게 주 2회 식사를 제공하는 ‘밥dream사업단’, 고위험군 어르신을 발굴하고 상담하는 ‘생명 지킴이 사업’ 등이 진행된다.

노인들은 같은 노인을 돕기도 한다. 한희숙 씨(62)는 노인들의 병원 동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6월부터 교육을 받아 병원동행매니저 1급 자격증을 땄다. 이후 2개월 동안 제주도의 5개 병원을 방문해 현장 교육도 받았다. 한 씨는 “어르신들이 병원에 가면 복잡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며 “보호자와 이용자분들이 모두 좋아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직접 지역 취약계층의 곁을 찾아가는 이들도 있다. 생명 지킴이 사업단으로 활동하는 정희자 씨(69)는 임상 경험이 20년에 달하는 간호사 출신이다. 남편이 아파 4년 전 제주도로 온 그는 검색을 통해 노인 일자리를 찾게 됐다. 실제 정 씨는 활동 과정에서 아픈 이들을 찾아내기도 했다. 정 씨는 “비교적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살아온 경험이 있으니 상담할 때 정서적 지지를 제공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참여한 사업은 노인역량활용사업이다. 그밖에도 현재 노인일자리 사업으로는 노인공익활동사업, 공동체사업단 등이 있다. 내년도 노인 일자리 수는 올해보다 6만여 개 증가한 109만8000개에 달하며 모집은 2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다.

이같은 사업은 아직 일부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정부에서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이를 확산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예산 투입 등 지자체에서 얼마나 같이 고민하고 지원하는지에 따라 일자리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말했다.


제주=박경민 기자 me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