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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원칙 잃은 ‘코인 과세’ 연기… 與野 합심해 ‘빚투’ 조장하나

입력 | 2024-12-02 23:24:00


여야가 내년 1월 시행 예정이던 가상자산 투자 소득에 대한 과세를 2년 더 유예하기로 했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을 의식해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기로 한 데 이어 가상자산 과세마저 연기하기로 한 것이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펑크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의 기본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가상자산 과세는 가상자산 투자로 얻은 수익이 연간 250만 원을 넘으면 초과 수익에 22%의 세금을 물리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한 개정 소득세법은 2020년 국회를 통과해 당초 2022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여야 합의로 두 차례에 걸쳐 3년간 연기됐다. 그런데 내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정부와 국민의힘이 2027년으로 또다시 유예하는 개정안을 낸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도 공제 한도를 올려 예정대로 시행하자는 기존 방침을 접고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와 거대 양당은 가상자산 과세를 위해 제도 정비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거래소와 달리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에서 이뤄지는 코인 투자는 100% 파악이 안 돼 과세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3년의 유예 기간 동안 과세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허송세월한 정부와 국회의 직무유기를 먼저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국은 해외 투자 파악이 쉽지 않은데도 이미 가상자산 소득에 과세하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도 “인프라 구축 미비를 이유로 과세를 유예하는 건 국제 현황과 비교해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여야가 결국 800만 명에 육박하는 국내 코인 투자자들의 표심을 얻으려고 과세 번복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 코인 시장은 가상자산에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이후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 코인 거래 규모가 코스피·코스닥 주식 거래대금을 추월한 상황에서 원칙 없이 반복되는 과세 유예가 자칫 ‘빚투’ 열풍의 불쏘시개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앞으로 코인 과세마저 유야무야로 끝나지 않으려면 관련 법과 제도, 인프라를 서둘러 구축해 조세 정책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