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혈압-콜레스테롤 높으면 심혈관질환 위험 쑥↑… HDL 높여 예방해야

입력 | 2024-12-04 03:00:00

국내 성인 고혈압 환자 1300만 명… 63%는 이상지질혈증 동시에 앓아
고혈압, 콜레스테롤 관리가 핵심… 혈관 속 콜레스테롤 없애는 HDL
수치 높을수록 혈관도 건강해져




우리나라 성인 고혈압 유병자는 1300만 명. 고혈압은 아니지만 정상보다 높은 혈압을 가진 고혈압 전 단계 인구도 약 660만 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성인 절반 정도가 혈압 문제를 갖고 있는 셈이다.

고혈압은 혈액이 흐를 때 혈관이 받는 압력이 높다는 의미다. 고혈압이 위험한 이유는 혈액이 높은 압력으로 흐를 때마다 혈관 내막이 손상을 입게 되고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전 세계 사망 원인의 18∼20%는 고혈압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특히 허혈성 심장질환 사망의 약 53%, 뇌중풍(뇌졸중) 사망의 약 53%, 만성 신장질환 사망의 약 62%가 고혈압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을 발표했다.



고혈압+콜레스테롤, 혈관 속 ‘위험한 동거’

날씨가 추워지면 심혈관질환 탓에 사망하거나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가 늘어나는데 찬 기온에 혈관이 수축하면서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이 상승하면서 심혈관질환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만약 고혈압을 앓고 있으면서 콜레스테롤까지 높다면 심혈관질환의 위험은 더욱 증폭된다. 실제로 우리나라 성인 고혈압 환자의 23%는 이상지질혈증과 당뇨병을 동시에 치료받고 있으며 40%는 이상지질혈증을 함께 치료 중이다. 고혈압 인구의 63%는 이상지질혈증을 동시에 앓고 있는 셈이다.

높은 혈압과 콜레스테롤은 혈관 건강을 망치는 ‘공범(共犯)’으로 불리기도 한다. 콜레스테롤이 혈관 내막에 쌓여 죽상경화증이 진행되면 혈관이 좁아지면서 고혈압의 원인이 된다. 혈관이 고혈압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혈관 가장 안쪽에 있는 혈관 내피가 손상되고 콜레스테롤은 더욱 쉽게 혈관 속에 쌓이게 된다. 콜레스테롤이 쌓인 곳에 죽은 세포와 칼슘 등이 흡착되면서 단단한 플라크(경화반)가 형성되는데 나이가 들면서 이런 과정들이 지속되고 플라크가 불안정해지면서 터지면(파열) 혈전이 생성되면서 뇌와 심장으로 가는 혈관을 막아 뇌졸중, 협심증, 심근경색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혈압+고콜레스테롤혈증, 심혈관질환 사망률 17배

혈압과 콜레스테롤 둘 다 정상보다 수치가 높은 경우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17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프랑스인 19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수축기 혈압이 140∼159㎜Hg이고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240㎎/㎗ 이상인 남성들의 경우 정상 혈압 및 콜레스테롤 수치를 가진 사람들에 비해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13.3배 더 높았으며 수축기 혈압이 160㎜Hg 이상인 경우 사망 위험은 17.6배 증가했다. 수축기 혈압이 160㎜Hg 이상이고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240㎎/㎗인 여성들의 심혈관질환 사망률은 혈압과 콜레스테롤이 모두 정상 수치인 사람들에 비해 4.3배 더 높았다.



HDL, 혈관 속 콜레스테롤 제거하는 유일한 운반체

LDL과 HDL은 콜레스테롤이 아니라 콜레스테롤을 실어 나르는 운반체의 이름이다. LDL은 콜레스테롤을 필요로 하는 세포와 조직에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데 LDL이 너무 많아지거나 산화되면 혈관 내막으로 침투해 콜레스테롤을 쌓이게 만들기 때문에 혈관 막힘의 주범으로 꼽힌다.

이와 반대로 또 다른 콜레스테롤 운반체인 HDL은 혈관 플라크 속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되돌려 보내거나 몸 밖으로 배출하는 유일한 대사 경로로 ‘콜레스테롤 청소부’라고 불린다. HDL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혈관에서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것이다. HDL의 콜레스테롤 제거 능력이 높을수록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은 낮아진다. 미국 연구팀에서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는 성인 2924명을 대상으로 약 9년간 연구 분석한 결과 HDL의 콜레스테롤 배출 능력이 가장 큰 그룹(1.19-3.93)은 가장 낮은 그룹(0.21-0.83)보다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67%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HDL 높으면 혈압 조절돼 심혈관질환 위험 낮아져

HDL은 혈관 내피세포의 기능을 활성화하며 혈관의 이완을 촉진하고 혈관 플라크에서 콜레스테롤을 제거함으로써 혈관 내강을 넓혀 고혈압을 예방하고 혈압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 HDL 수치가 높을 경우 고혈압 발병 위험이 낮아진다는 다양한 연구 결과가 있다. 심근경색, 뇌졸중, 암 등의 병력이 없는 남성 3110명을 대상으로 14년간 추적 관찰한 한 연구에 따르면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질수록 고혈압 발병률이 낮아졌다. 특히 HDL 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눴을 때 HDL이 가장 낮은 그룹에 비해 HDL이 가장 높은 그룹에서 고혈압 발병 위험이 32%까지 줄어들었다.

HDL이 1㎎/㎗ 높아지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2∼3% 낮아지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는 유럽과 북아메리카인 32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장기 전향적 연구 68편을 분석한 결과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1SD(15㎎/㎗)씩 증가하면 심근경색, 협심증 등의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22%씩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뇌졸중 위험은 7%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