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세계 장애인의 날 ‘고독사 노인’ 장례 돕는 김재영 목사 부모 잃고 눈물 ‘지능 9세’ 형제 만나… “형이랑 같이 살자” 반지하 동고동락 장애인 80%가 50대 이상 고령자… “홀로 남는 장애인 통합지원 절실”
김재영 목사(오른쪽)가 2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자택에서 김유기, 김락기 형제와 함께 교회 후원으로 들어온 빵을 나눠 먹고 있다. 김 목사는 발달장애가 있는 이들 형제와 6년째 함께 지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일 오후 4시 서울 동작구의 한 다세대주택 앞. 하늘색 경차에서 김재영 목사(55)와 김유기 씨(54)가 내렸다. 김 목사가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는 대방재가복지센터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김 목사가 “유기야, 목에 걸고 다니던 포켓몬 카드 어디 있어?”라고 묻자 그는 부끄럽다는 듯 “아이, 몰라” 하면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약 39㎡(약 12평) 면적의 방 2개짜리 반지하. 큰 방에서 자고 있던 김락기 씨(50)가 인기척을 느끼고 나와 “안녕하세요” 인사했다. 락기 씨는 김 목사를 보더니 “돼지형(김 목사의 애칭), 일 끝났어?” 물었다.
유기 락기 씨 형제는 발달장애를 갖고 있다. 지적 수준이 아홉 살 어린이 정도다. 김 목사는 형제가 6년 전 어머니를 여읜 뒤 자청해서 동거를 시작했다. 세계 장애인의 날(3일)을 앞두고 취재팀이 만난 이들 세 사람은 피로 이어진 가족보다 끈끈해 보였다.
2018년 6월 김 목사는 가족도 친척도 없는 노인들을 돌보다가 그들이 세상을 뜨면 장례를 치러주곤 했다. 그달 한 할머니가 또 세상을 떠났는데, 유기 락기 씨 형제가 바로 그 할머니의 자식들이었다. 김 목사가 장례를 치른 뒤 형제는 방 안에서 울고 있었다.
김 목사는 “친척도 없었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도저히 가늠이 안 됐죠”라고 회상했다. 김 목사는 고민 끝에 “무섭냐. 형이랑 같이 살래?”라고 물었다. 종종 어머니를 돌봐주러 온 김 목사가 익숙했던 형제는 “같이 갈래”라고 답했다.
동거 초반 3년은 다툼도 잦았다. 형제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저장강박증이 있었다. 다 쓴 휴지나 라면 봉지를 모아두는 식이다. 김 목사는 “처음에는 서로를 잘 몰라 다그칠 때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독이는 게 진정 형제를 위한 것이란 걸 알았다”고 말했다.
● ‘반지하’ 빠듯하지만 “평생 같이 살 것”
세 사람이 매달 쓰는 생활비는 70만∼80만 원. 겨울에는 난방비로 월 10여만 원이 더 든다. 주변 지인들이 간간이 2만 원, 20만 원씩 보태 줄 때도 있다. 김 목사는 “사랑은 책임을 지는 것이다. 형제와 평생 같이 살 것”이라며 “이미 독립한 두 아들도 나를 지지해 준다”고 말했다.이들을 본 한 이웃 주민은 “김 목사가 매번 머리가 하얗게 센 어른들을 차에 태워서 다니길래 처음에는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줄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 장애인 80%가 50대 이상… “지원책 필요”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오늘날 ‘노인 복지 서비스’와 ‘장애인 복지 서비스’가 분절돼 노인이 되면 각종 지원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고령 장애인에게 맞춤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통합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계 등에서는 발달장애인의 경우 만 40세가 넘어갈 때 노인과 유사한 신체기능 저하를 겪는다고 보고 있다. 이동석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40대 발달장애인은 60, 70대 비장애인에 준하는 신체 기능을 갖게 되고 기대 수명도 짧다”며 “특히 노령의 부모들이 세상을 떠난 뒤 홀로 남겨질 고령 발달장애인에 대한 금전적 지원 외에도 거주 지원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