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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전영현 부회장 “삼성 반도체 위중 상황…반드시 위상 되찾겠다”

입력 | 2024-12-03 03:00:00

50주년 앞두고 전현직 임원 155명 한자리에…
참석자 “목숨 걸고 회복 결의 느껴”




“삼성 반도체는 현재 굉장히 위중한 상황입니다. 여기 사장단, 임원들과 함께 다시 위상을 회복시키겠습니다.” 2일 삼성전자 반도체(DS) 출신 전현직 임원들에 따르면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지난달 22일 DS 전현직 임원 155명 앞에서 이같이 밝히며 초격차 회복 의지를 다졌다. 당시 자리는 12월 6일 삼성 반도체 50주년을 앞두고 송년회 겸 전현직 임원 간 교류를 위해 마련됐다. 전직 임원 135명, 현직 20명이 참석했다. 전임 DS부문장인 경계현 사장을 비롯해 박동건 전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조남성 전 삼성SDI 사장 등 DS 출신 주요 사장단, 임원들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부회장은 최근의 삼성 반도체 위기에 대해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그는 “선배님들이 지금껏 키워 오셨는데 염려를 끼쳐드리는 상황까지 온 데 대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믿고 기다려 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한 전직 임원은 “선배 임원들도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응원하고 북돋아주는 분위기였다”며 “특히 전 부회장에게서 ‘목숨 걸고 다시 일으키겠다’는 결의가 느껴졌다”고 전했다.

전 부회장의 결의는 사장단 인사(11월 27일)를 닷새 앞두고 나온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삼성전자는 DS부문 주요 사장단을 교체하면서 메모리사업부를 대표이사 직할 체제로 전환하고 전 부회장이 직접 통솔하는 형태로 바꿨다. 초격차 탈환이 가장 시급한 메모리사업부를 전 부회장 직속으로 둔 것이다.

또 다른 전직 임원은 “현재 삼성 반도체의 문제로 보신주의가 제기됐었는데, 이번 인사는 전 부회장이 직접 자신의 직을 걸고 책임질 테니 경쟁력 회복을 위한 혁신에 주저 말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 5월 전 부회장 취임 후 D램 설계 변경 등 구조적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제품 검증과 양산 공정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내년은 삼성전자가 자존심을 회복할 중요한 시기”라며 “전 부회장은 이번 싸움에서 실기하지 않고 반드시 1등 지위를 되찾겠다는 각오를 다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은 1974년 12월 6일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며 처음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고 지금까지 글로벌 메모리 1등 업체로서 각종 ‘최고’ 역사를 써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 업체들의 범용 메모리 추격과 인공지능(AI)발 시장 변화, 미중 갈등 같은 도전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