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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올해 단어 ‘뇌 썩음’, 쇼트폼 중독 꼬집다

입력 | 2024-12-03 03:00:00

지난해 대비 단어사용 230% 늘어
“美 18~22세 40%가 SNS에 중독”
온라인 콘텐츠 무비판적으로 소비
뇌 발달중인 청소년에 심각한 문제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 같은 자극적인 온라인 콘텐츠를 과도하게 소비하는 행태를 비판하는 단어 ‘뇌 썩음(Brain Rot)’이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이 선정한 올해의 단어 자리에 올랐다.

OED는 2일(현지 시간) 옥스퍼드 올해의 단어로 ‘뇌 썩음’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뇌 썩음’은 별 의미 없는 온라인 콘텐츠를 과도하게 소비해 개인의 정신적 혹은 지적 상태가 악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OED는 소셜미디어가 발달하면서 ‘뇌 썩음’이라는 단어가 짧고 중독적인 온라인 콘텐츠를 무비판적으로 하루 종일 소비하는 것을 일컫는 표현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 ‘뇌 썩음’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만한 콘텐츠를 가리키는 용어로도 쓰인다. OED에 따르면 ‘뇌 썩음’은 지난해 대비 사용 빈도가 230% 증가했다.

‘뇌 썩음’이라는 단어가 처음 쓰인 것은 1854년 철학자이자 시인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저서 ‘월든’에서다. 소로는 영국 시민들이 복잡한 사고를 거부하고 단순한 생각만을 선호하면서 정신적으로 퇴보하고 있다며 “영국이 썩은 감자(potato rot)를 치료하려고 노력하는 동안, ‘뇌 썩음(brain rot)’을 치료하려는 시도는 왜 없느냐”고 지적했다.

‘뇌 썩음’ 현상은 뇌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청소년과 젊은 세대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56.8%가 소셜미디어 활동을 하고 있으며, 18∼22세 미국 인터넷 사용자의 40%가 자신이 소셜미디어에 중독돼 있다고 답변했다.

소셜미디어 중독에 대한 공식 진단 기준은 아직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하루 3시간 이상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면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뇌가 정보를 스스로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중국 난카이대는 18∼27세 1051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소셜미디어 중독이 일상생활을 계획하고 의사 결정하는 능력, 기억력을 현저히 떨어트렸다고 밝혔다.

OED를 편찬하는 옥스퍼드 랭귀지의 캐스퍼 그래스월 사장은 “‘뇌 썩음’은 온라인 세상의 위험성 중 하나”라며 “Z세대와 알파 세대는 중독성 있는 콘텐츠의 제작과 이용 둘 다에 큰 책임을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