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플라스틱 협약’ 타결 무산 세계 180개국 대표단 2년간 회의… 100개국 이상이 감축 지지했지만 ‘만장일치’ 못 이뤄 최종 합의 불발, 내년 추가 협상… 타결 가능성 낮아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 회의가 2일 빈손으로 끝났다. 2022년 유엔환경총회에서 올해 말까지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는 협약을 만들기로 했지만 결국 기한을 못 지킨 것이다. 2년여 동안 세계 약 180개국 대표단이 모여 5차례 회의를 거듭했는데도 결론을 못 내린 걸 두고 “플라스틱과의 작별이 얼마나 어려운지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산유국, 생산 규제 반대로 결론 못 내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 의장은 이번이 ‘마지막 협상’인 만큼 성과를 내야 한다며 5차례 중재안을 제시하는 등 막판까지 노력했다. 또 유럽연합(EU)을 포함한 100개국 이상이 플라스틱 생산 감축 제안을 지지했지만 그동안 국제 환경협약이 ‘만장일치’로 이뤄졌다는 점 때문에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생산 규제 외에 재원 마련 방식 등에서도 국가 간 입장이 대립했다”고 전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산유국 입장에선 기후위기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자는 협약이 만들어진 상황에서 플라스틱 생산 규제까지 생기면 치명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 “큰 틀 합의라도” 호소도 무위로
더구나 이번 협상위에서 결론을 냈더라도 실제로 이행되는 건 한참 후가 된다. 온실가스 감축의 경우 1992년 유엔기후협약이 체결됐지만 교토의정서(1997년), 파리협약(2018년) 등으로 실효성을 갖추기까지 길게는 수십 년이 걸렸다. 발디비에소 의장이 “큰 틀의 합의라도 이루자”고 호소하고 개최국인 한국 정부도 이에 동의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다만 한국 정부를 두고선 플라스틱 생산량 세계 4위, 1인당 소비량 1위국인 만큼 산업적 타격을 우려해 협상에 임하는 태도가 소극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을 찾았던 환경단체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에이리크 린데비에르그 WWF 글로벌 플라스틱 정책 책임자는 “국제사회가 플라스틱 제품 및 화학물질 금지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안전하고 살기 좋은 지구를 유지할 가능성은 더 멀어졌다”며 유감을 표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