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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 수출통제 발표…HBM 포함으로 韓 기업 타격

입력 | 2024-12-03 00:14:00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2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을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의 새로운 반도체 수출통제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대(對) 중국 수출도 막힐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국의 군사용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 제한을 위한 수출통제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이 조치는 동맹국, 파트너와 협력해 중국이 국가안보에 위험을 초래하는 중국이 첨단 기술 생산을 국산화하려는 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은 적대 세력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보호하기 위해 상당한 조치를 취했다”고 강조했다.

상무부는 이날 발표된 수출규제에서 ‘메모리 대역폭 밀도(memory bandwidth density)’가 평방밀리미터당 초당 2기가바이트(GB) 이상인 HBM은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메모리 대역폭 밀도는 HBM 성능 지표로 이번 조치로 현재 생산되고 있는 모든 HBM은 이 기준을 넘는다고 상무부는 밝혔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만든 고성능 메모리로 AI 가속기를 가동하는 데에 필요하다. AI 개발을 위해 필수적인 HBM의 중국 수출 길이 막히는 것.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는 그래픽처리장치(GPU) AI 반도체에 이어 HBM까지 차단했다. AI 무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국의 AI 기술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10월 중국에 반도체 수출 규제를 발표한 이후 매년 수출 규제를 강화해왔다. 

이번 수출 규제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이 적용돼 국내 반도체 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FDPR은 해외에서 만든 제품이더라도 미국산 장비와 기술이 사용되면 수출통제가 적용되도록 한 규정이다. 

현재 HBM 시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장악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삼성전자의 HBM 매출의 약 30%가 중국에서 나온다고 지적하며 “삼성전자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에 대한 장비 수출 규제도 강화된다. 상무부는 첨단 노드 직접회로(IC) 생산 장비 24종과 소프트웨어 3종의 중국에 대한 수출을 금지했다. 또 상무부는 중국 기업 140여개를 제재 대상(entity list)으로 추가 지정했다.

다만 이번 규제에서 일본과 네덜란드는 면제될 전망이다. 로이터는 “일본과 네덜란드 정부와의 장기간 논의 끝에 발표됐다”며 “미국과 비슷한 수준의 통제를 시행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면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전형적인 경제 강압 행위이자 비시장 관행”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은 말과 행동이 다르며 국가 안보 개념을 계속 일반화하고 수출 통제 조치를 남용하며 일방적인 괴롭힘을 가하고 있다”며 “글로벌 산업 및 공급망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해 미국 기업을 비롯한 세계 반도체 산업이 큰 타격을 입혔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국은 이번 조치를 단호히 반대하며 필요한 조치를 취해 자국의 정당한 권익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며 대응 조치를 예고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