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을 이끄는 블랑 감독.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그런 점에서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은 재미있는 기록을 하나 쓰고 있습니다.
너비 6m 배구 코트를 각 2m씩 나눠 보겠습니다.
나머지 6개 구단 평균은 48.3% - 17.3% - 34.4%
그리고 이 기간 남자부에서 코트 왼쪽 공격 시도 비율이 가장 팀이 바로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입니다.
자연스레 오른쪽 공격 시도 비율이 가장 적은 팀 그리고 왼쪽과 오른쪽 공격 시도 비율 차이가 가장 큰 팀 역시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입니다.
한마디로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은 오른쪽 날개 힘을 뺀 채로 경기를 치르고 있는 겁니다.
현대캐피탈 레오(왼쪽)와 2024 동아스포츠대상 프로배구 남자부 수상자 허수봉.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레오는 팀 전체 공격 시도 가운데 34.3%, 허수봉은 27.6%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오퍼짓 스파이커 신펑(23)은 공격 점유율 18.2%를 기록하는 데 그쳤습니다.
허수봉(0.450)과 레오(0.420)가 공격 효율 1,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신펑은 0.283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이 선택이 나쁘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상대 서브를 받는 레오(왼쪽)와 허수봉.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레오는 이전까지 삼성화재 시절인 2013~2014시즌 12.1%가 개인 최고 리시브 점유율 기록이었던 선수입니다.
그러니까 ‘서브 리시브도 할 수는 있다’는 느낌으로 뛰던 공격수가 수비수까지 맡게 된 셈입니다.
서브 리시브 중인 레오.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레오는 팀이 한국전력에 2-3으로 패한 지난달 6일 안방 경기 때는 서브 리시브에 34번 가담해 개인 최다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그리고 우리카드에 0-3으로 완패한 지난달 23일 안방 경기 때도 상대 서브를 33번 받았습니다.
레오가 V리그 경기에서 상대 서브를 30번 넘게 받은 건 이 두 경기뿐입니다.
1라운드 대한항공전에서 상대 서브를 받는 전광인.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그렇다고 허수봉을 중심으로 리시브 전략을 짜기에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는 오른쪽 날개가 도와줘야 경기를 상대적으로 쉽게 풀어갈 수 있지만 현대캐피탈은 이게 쉽지 않은 상황.
V리그 대표 공수 겸장 전광인(33) 카드가 워밍업존을 지키고 있는데 이런 딜레마에 빠진다는 게 좀 재미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코트 오른쪽에서 공격 중인 현대캐피탈 신펑.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목적타 + 오른쪽(상대 왼쪽) 블로킹’으로 구축한 1차 저지선이 무너져도 그다음 플레이가 가능한 것.
물론 신펑이 통영·도드람컵 대회 결승전 때처럼만 활약한다면 대한항공 역시 현대캐피탈을 막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과연 이 경기가 끝났을 때 남자부 선두에는 어떤 팀이 이름을 올리게 될까요?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