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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왼쪽 날개로만 대한항공 추월할 수 있을까 [발리볼 비키니]

입력 | 2024-12-03 07:00:00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을 이끄는 블랑 감독.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배구 경기 승패는 세터와 상대 블로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가위바위보’ 결과에 따라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은 재미있는 기록을 하나 쓰고 있습니다.

너비 6m 배구 코트를 각 2m씩 나눠 보겠습니다.

그러면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 공격 시도는 왼쪽에서 54.6%, 가운데에서 21.1%, 오른쪽에서 24.3%가 나왔습니다.

나머지 6개 구단 평균은 48.3% - 17.3% - 34.4%

한국배구연맹(KOVO)이 공격 시도 위치를 집계한 건 2017~2018시즌부터.

그리고 이 기간 남자부에서 코트 왼쪽 공격 시도 비율이 가장 팀이 바로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입니다.

자연스레 오른쪽 공격 시도 비율이 가장 적은 팀 그리고 왼쪽과 오른쪽 공격 시도 비율 차이가 가장 큰 팀 역시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입니다.

한마디로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은 오른쪽 날개 힘을 뺀 채로 경기를 치르고 있는 겁니다.

현대캐피탈 레오(왼쪽)와 2024 동아스포츠대상 프로배구 남자부 수상자 허수봉.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이런 결과가 나온 건 물론 ‘쌍포’ 레오(34)와 허수봉(26)이 모두 예전에 ‘레프트’라고 부르던 아웃사이드 히터로 출전하기 때문입니다.

레오는 팀 전체 공격 시도 가운데 34.3%, 허수봉은 27.6%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오퍼짓 스파이커 신펑(23)은 공격 점유율 18.2%를 기록하는 데 그쳤습니다.

허수봉(0.450)과 레오(0.420)가 공격 효율 1,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신펑은 0.283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이 선택이 나쁘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상대 서브를 받는 레오(왼쪽)와 허수봉.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문제는 레오와 허수봉이 서브 리시브도 책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레오는 서브 리시브 점유율 34.0%로 팀 내 1위, 허수봉이 26.1%로 그다음입니다.

레오는 이전까지 삼성화재 시절인 2013~2014시즌 12.1%가 개인 최고 리시브 점유율 기록이었던 선수입니다.

그러니까 ‘서브 리시브도 할 수는 있다’는 느낌으로 뛰던 공격수가 수비수까지 맡게 된 셈입니다.

서브 리시브 중인 레오.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이 패한 두 경기는 레오가 상대 서브를 30번 넘게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레오는 팀이 한국전력에 2-3으로 패한 지난달 6일 안방 경기 때는 서브 리시브에 34번 가담해 개인 최다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그리고 우리카드에 0-3으로 완패한 지난달 23일 안방 경기 때도 상대 서브를 33번 받았습니다.

레오가 V리그 경기에서 상대 서브를 30번 넘게 받은 건 이 두 경기뿐입니다.

1라운드 대한항공전에서 상대 서브를 받는 전광인.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3일 안방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현대캐피탈(승점 23)과 선두 자리를 놓고 맞붙는 대한항공(승점 25) 역시 레오에게 목적타를 구사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허수봉을 중심으로 리시브 전략을 짜기에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는 오른쪽 날개가 도와줘야 경기를 상대적으로 쉽게 풀어갈 수 있지만 현대캐피탈은 이게 쉽지 않은 상황.

V리그 대표 공수 겸장 전광인(33) 카드가 워밍업존을 지키고 있는데 이런 딜레마에 빠진다는 게 좀 재미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코트 오른쪽에서 공격 중인 현대캐피탈 신펑.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게다가 대한항공은 수비 효율(상대 팀 공격 효율)이 가장 좋은(0.308) 팀이기도 합니다.

‘목적타 + 오른쪽(상대 왼쪽) 블로킹’으로 구축한 1차 저지선이 무너져도 그다음 플레이가 가능한 것. 

물론 신펑이 통영·도드람컵 대회 결승전 때처럼만 활약한다면 대한항공 역시 현대캐피탈을 막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과연 이 경기가 끝났을 때 남자부 선두에는 어떤 팀이 이름을 올리게 될까요?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