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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죽으면 산·바다에 뿌려줘”…산분장, 포화 납골당 대안 될까

입력 | 2024-12-03 10:10:00

화장률 90% 이상…산분장 봉안시설 필요 없어
환경오염·사유지 침범 우려…‘추모 공간’ 부재 아쉬움



ⓒ News1 DB


시신을 화장 후 유골을 분골해 산·바다·강 등에 뿌리는 산분장이 1월부터 합법화되면서 봉안시설의 포화 상태를 해결할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환경오염이나 사유지 침범, ‘추모 공간’ 마련 문제 등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화장 인구는 늘어가는데”…산분장, 비용·공간 측면에서 장점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산분장은 내년 1월 24일부터 시행되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합법화된다. 기존 자연장은 화장한 유골을 수목이나 화초, 잔디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는 것만 가능했다. 관련 법이 없어 산분장은 합법도 불법도 아니며, 자연장에 포함되지 못했다.

그러나 법 개정으로 해안선으로부터 5㎞ 이상 떨어진 바다에 화장 후 유골의 골분을 뿌릴 수 있게 된다. 다만 수산자원보호구역 등은 제외된다. 묘지·화장시설·봉안시설·자연장지 내에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뿌릴 수 있는 장소나 시설에서도 유골의 골분을 뿌릴 수 있는 구역에 포함됐다.

최근 화장이 보편적인 장례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 산분장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2001년만 하더라도 국내 화장률은 38.5%(9만 3493명)에 불과했지만 2022년 91.7%(34만 2128명)로 크게 늘었다. 사망자 수도 2020년 31만 명에서 2070명 70만 명으로 2.3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봉안시설 부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분장은 별도의 봉안시설이 불필요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납골당(봉안당) 유지·관리비를 지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유족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환경오염·사유지 침범 우려… ‘추모 공간’ 마련도 숙제

그러나 일각에선 바다나 강에 화장한 분골을 뿌릴 경우 환경이 오염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만 국토해양부는 이에 대해 지난 2012년 골분 성분조사와 기존 산분 해역 조사 등을 종합한 결과 해양산분으로 인해 해양환경이 나빠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결론 내렸다.

국토부는 당시 구체적으로 △해안에서 5㎞ 떨어진 곳에서 유골을 뿌릴 것 △다른 어선의 피해가 없도록 일정 거리를 유지할 것 △골분이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가능한 수면 가까이에서 뿌릴 것 △유골 외 다른 물건(유골함, 유품 등)을 버리지 말 것 등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게다가 산분장을 할 수 있는 특정 장소를 조성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사유지에 화장한 분골을 뿌리게 될 경우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인을 추모할 공간이 없어 아쉬움을 해결해 줄 방안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추모 공간을 원하는 유족이라면 보통 봉안당에 분골을 안치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적 이유 등으로 산분장을 택한 경우 추모 공간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유족도 있기 마련이다.

이정선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산분장은) 고인을 추모하고자 할 때 흔적을 찾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며 “고인을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을 만한 상징이나 표식 등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