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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와 대립각 세우던 샘 올트먼, 결국 ‘기피인물’ 낙인

입력 | 2024-12-03 11:28:00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1월 18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례회의 패널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다보스=AP 뉴시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한때 공동창업 ‘동지’였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의 갈등 관계 속에서 “마러라고의 페르소나 논 그라타(기피인물)”로 낙인이 찍혔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사저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매일같이 숙식하며 ‘대통령의 첫 번째 친구’ 역할을 굳힌 머스크 CEO가 숙적인 올트먼 CEO의 접근을 노골적으로 막으며 경계한다는 것이다.

머스크 CEO는 지난달 5일 대선 이후 현재까지 트럼프 당선인 곁을 떠나지 않으며 최측근 오른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부터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에 이르기까지 세계 주요 인물들과 트럼프 당선인이 전화 통화하는 자리에도 대부분 배석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올트먼 CEO는 머스크 CEO의 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트럼프가(家) 주변인들에게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결과는 신통치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그의 형제이자 오픈AI의 주요 투자사 스라이브 캐피털의 조시 쿠슈너 창립자 등을 다리로 삼았으나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WSJ은 보도했다. 올트먼 CEO의 간청을 전달받은 다른 ‘메신저’들도 머스크 CEO가 거절할 것을 예상해서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14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미국우선정책연구소 연례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팜비치=AP 뉴시스


머스크 CEO는 2015년 올트먼 CEO를 비롯해 링크트인 공동 창업자 리드 호프먼, 피터 틸 클래리엄 캐피털 사장 등과 함께 오픈AI 설립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들이 자신을 속이고 영리활동을 펼쳤다고 비난하며 2018년 오픈AI 이사직을 사임하고 투자 지분도 처분했다. 지난해 7월에는 AI 스타트업 xAI를 설립하고 경쟁에 뛰어들었다.

머스크 CEO는 오픈AI가 설립 초기의 비영리 임무와 함께 이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한다는 계약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래도 올해 초까지는 갈등이 지금처럼 첨예하지 않았다. 두 ‘오픈AI’ 동지는 3월 한 기술 분야 콘퍼런스에서 서로 대화와 포옹을 나누며 우호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몇 달 뒤 소송도 일시적으로 철회하며 관계 개선의 기미를 보였다.

하지만 머스크 CEO가 트럼프 대선캠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며 상황은 역전됐다. 10월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진행자와의 인터뷰에서 머스크 CEO는 “저는 오픈AI도, 샘 올트먼도 신뢰하지 않는다”라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AI를 ‘못 믿을 사람’이 통제하게 둬선 안 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WSJ은 머스크 CEO가 주변에 노골적으로 “난 올트먼을 싫어한다”, “오픈AI는 시장을 마비시킨다”라고 비판한다고 전했다.

올트먼 CEO도 자세를 낮추지 않으면서 둘 사이의 대립각은 더 날카로워졌다. 그는 대선 직전 xAI의 챗봇 서비스가 트럼프 당선인보다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통령이 더 적합하다고 답한 대화를 캡처해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머스크 CEO를 비꼬았다. 머스크 CEO는 이에 “사기꾼 샘(Swindly Sam)”이 답변 결과를 왜곡했다고 반격했다. 자신의 정적들에게 조롱하는 투의 별명을 다는 것으로 유명한 트럼프 당선인의 스타일을 따라 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향후 전반적인 AI 안전과 중국의 영향력 강화 대응 등을 총괄하는 ‘AI 차르’ 직책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AI 업계의 판도가 머스크 CEO에게 유리하게 기울 것이라는 전망도 커지고 있다. 정계 역시 오픈AI보다 머스크 CEO가 내놓을 xAI를 선호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때 머스크 CEO와 맞수 구도를 형성했던 다른 기업인들도 긴장하고 있다. WSJ은 “머스크의 ‘초토화 전략’ 대상자 목록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밥 아이거 디즈니 CEO 등을 비롯해 많은 인물이 올라와 있다”고 소개했다. 메타와 알파벳은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자사를 겨냥해 반독점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