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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김단비의 책임감 “팀의 중심인 내가 지친 모습 보일 수 없어”

입력 | 2024-12-03 15:06:00


우리은행의 최고참 김단비는 3일 현재 여자프로농구 평균 출전시간과 평균 득점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라 있다. WKBL 제공

“솔직히 힘들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팀의 중심인 내가 지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의 최고참 김단비(34)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단비는 3일 현재 리그 전체 선수를 통틀어 경기당 가장 오랜 시간을 뛰면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 시즌 개막 후 전 경기(10경기)에 출전한 김단비는 평균 출전시간이 37분 42초로 1위다. 김단비는 이 부문 2위인 KB스타즈 허예은(23·평균 37분 24초)보다 나이가 열한 살이 많다. 김단비는 평균 득점에선 23.7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평균 득점이 20점을 넘는 선수는 김단비가 유일하다.

우리은행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지난 시즌 이후 박혜진(BNK)과 최이샘(신한은행) 등 주축 선수를 포함해 총 10명이 이적 등으로 팀을 나가고 신인 선수 등 9명이 합류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단비가 우리 팀에 온 지 2년 만에 팀을 혼자 이끌다시피 해야 하는 상황이 돼 (단비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단비를 쉬게 하면 팀 전력이 확 떨어지기 때문에 출전시간을 줄여주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2022년 신한은행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김단비를 영입할 때 ‘우리 팀에 와서 좋은 선수들과 함께 편하게 뛰라’고 설득했던 위 감독이다.

김단비는 이번 시즌에 어깨가 무거워진 건 맞지만, 팀을 앞장서서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동기 부여가 된다고 했다. 그는 “두 시즌 동안 리그 정상급 선수들과 함께 뛰며 2년 연속 챔프전 우승을 하고, 최우수선수(MVP)로도 뽑혀 선수 생활의 목표가 사라진 상황이었다. 이제는 성장 과정에 있는 후배들을 잘 이끌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김단비는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은 첫 시즌(2022~2023시즌)에 팀의 통합 우승을 이끌면서 생애 첫 프로 1군 정규리그와 챔프전 MVP를 차지했다.

훈련이 혹독하기로 소문난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에도 강도 높은 훈련으로 조직력을 다지고 있다. 김단비도 예외 없이 코트 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위 감독은 김단비 영입에 공을 들일 당시엔 ‘내가 설마 베테랑인 너한테까지 그렇게 훈련을 시키겠느냐’며 안심을 시켰다고 한다. 김단비는 “가끔 감독님께 속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우리은행에서의) 힘든 훈련을 견뎌냈기 때문에 ‘농구를 잘했던 선수’ 정도로 선수 생활을 마칠 뻔했던 내가 MVP에 오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6개 구단 선수 전원을 대상으로 한 ‘우승 후보 설문 조사’에서 4위에 그칠 정도로 전망이 밝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 1, 2라운드 연속 라운드 MVP로 선정된 김단비의 활약을 바탕으로 정규리그 2위(7승 3패)에 자리하고 있다. 김단비는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 지쳐서 쓰러지지 않도록 최대한 잘 버티면서 팀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김단비는 3일 발표된 올스타 팬 투표 결과에서 역대 최다인 개인 통산 여덟 번째 1위에 올랐다. WKBL 제공.


여자프로농구 최고 인기스타인 김단비는 3일 발표된 올스타 팬 투표 결과에서도 역대 최다인 개인 통산 여덟 번째 1위에 올랐다. 또한 2009~2010시즌부터 계속해서 올스타에 뽑히면서 자신이 보유한 역대 최다 연속 올스타 선정 기록을 16회로 늘렸다.

우리은행은 4일 정규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BNK(8승 2패)와 3라운드 부산 방문 경기를 치른다. BNK는 지난 시즌까지 우리은행에서 뛴 베테랑 가드 박혜진 등을 영입해 리그 최강의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 팀이다. 이번 시즌 우리은행은 BNK와의 앞선 두 차례 맞대결에서 1승 1패를 기록했다. 김단비는 “BNK에 뛰어난 선수들이 많지만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자신 있게 부딪쳐 보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