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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삼성전자 엔지니어 출신인 A 씨(64)를 직업안정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국내에 무등록 헤드헌팅 업체를 차린 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재직 중이던 반도체 핵심 연구 인력들에 “기존 연봉의 최소 2, 3배를 보장한다”고 유혹하는 수법으로 중국 업체에 이직을 알선해 수 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들 업체를 통해 넘어간 30여 명의 연구원들은 삼성전자 임원 출신인 최모 씨(66)와 전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오모 씨(60) 등과 함께 ‘청두가오전 하이테크놀로지(CHJS)를 설립했다.
이들은 삼성전자가 4조3000억 원가량을 들여 개발한 2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급 D램 반도체 기술 관련 공정도를 중국으로 빼돌려 2021년 12월경 중국에 반도체 D램 제조 공장을 세운 뒤 약 4개월 만인 2022년 4월경 시제품 생산에 성공했다.
통상 업계에선 원천 기술 없이 새로운 세대의 D램 반도체를 개발하려면 최소 5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올 9월 최 씨와 오 씨를 산업기술보호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인력 유출은 산업기술보호법의 적용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까닭이다.
직업안정법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에 등록하지 않고 국외로 유료직업소개 등 영업을 한 업체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경찰은 “규제 회피가 용이한 ‘인력 유출’ 방식으로 기술이 유출되는 현실에서 보다 엄정한 법 개정을 통해 사회적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