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바르니에 프랑스 총리. AP 뉴시스
투표에서 해산이 결정되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자리를 지키지만, 약 두 달 반 만에 새 총리를 임명하고 내각도 다시 꾸려야 한다. ‘저성장 고착화’와 곪을 대로 곪은 재정적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 온 프랑스는 새로운 정치 위기까지 터지자 증시와 국채 가격도 출렁거렸다. 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경제 규모가 큰 프랑스의 대형 악재에 유로화 가치도 하락했다.
● 총리, 재정법안 통과 강행하자 야권 맞불
하지만 야당인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과 극우 국민연합(RN)은 즉각 정부 불신임안을 발의해 맞불을 놓았다. RN의 실권자인 마린 르펜 하원 원내대표는 “바르니에 총리는 1100만 유권자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으니 우리도 대응할 것”이라며 불신임안을 발의하고 이에 찬성하겠다고 밝혔다. NFP도 “불법적인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불신임안을 발의했다”며 “바르니에 다음엔 마크롱 (대통령) 차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 정부는 국가 원수를 국민이 선출하는 대통령제의 특성을 지니면서 국가 원수와 정부 수반이 구별되고 국회가 정부를 불신임할 수 있는 의원내각제 특성이 혼합돼 있다. 불신임안은 하원 재적 의원의 과반수 찬성이 있으면 가결된다. 전체 의원 577명 가운데 현재 2석이 공석이라 가결 정족수는 288명이다. NFP와 RN 의석수만 합해도 가결 정족수를 넘어 4일 예정된 투표에서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국가 원수인 마크롱 대통령은 자리를 유지할 수 있지만 내각은 즉각 총사퇴해야 한다.
● 저성장 고착화된 프랑스의 딜레마
이번 사태는 프랑스 정부가 2025년 예산안을 공개하며 200억 유로(약 29조 원)의 증세와 400억 유로의 지출 감축을 통해 늘어나는 재정 적자를 해결하려다가 발생했다. 프랑스의 지난해 재정적자는 1540억 유로(약 227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하원 내 주요 정치 세력인 좌파 연합과 극우 진영은 소비자 구매력 감소, 사회적 불평등 심화, 기업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긴축 기조의 정부 예산안을 반대했다. 세금 부담이 늘고 복지 혜택이 줄 것을 우려한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이포프에 따르면 응답자의 67%가 이번 예산안에 반대하고 있다.
경제 규모가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프랑스 정부의 정치적 위기에 유럽 금융시장도 불안해졌다. 2일 오후 4시 기준 유로화 환율은 1유로당 1.0470달러로 전 거래일에 비해 1.01% 급락했다.
프랑스 증시 대표지수인 CAC40도 3일에 상승했지만 2일 장 초반에는 전 거래일 대비 1.2%까지 하락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지수는 올 6월 초 마크롱 대통령이 조기 총선 실시를 전격 발표한 뒤 이미 10%가량 떨어진 상태다. 프랑스 국채 투자 수요도 위축되며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2.7bp(1bp=0.01%포인트) 상승한 2.923%까지 올랐다(가격은 하락)가 다음날 2.9% 전후에서 횡보하고 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