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초중고교 전자칠판 교체 사업… 리베이트 의혹으로 시의원 2명 입건 경찰, 다른 시의원 2명도 추가 내사 민주당 “철저한 수사로 밝혀내길” 시교육청 “선정 투명성 강화할 것”
인천 남동구 구월동 인천시의회 청사 전경. 인천시의회 제공
초중고교의 기존 칠판을 전자칠판으로 대체하는 사업이 불법으로 얼룩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천에선 현직 시의원들이 전자칠판 보급 사업에 개입한 뒤 업체로부터 대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해당 시의원들을 입건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이들 외에 일부 시의원에 대해서도 입건 전 조사(내사)를 벌이고 있어 수사 결과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전자칠판 보급 사업은 분필 등을 사용하던 기존 학교 칠판을 스마트 전자칠판으로 대체하는 사업이다. 인천에서는 2021년부터 보급되기 시작했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인천 170여 개 학교에 1600여 대가 보급됐다. 사업에는 2022년 39억 원, 지난해 38억 원, 올해 30억 원 등 매년 30억 원이 넘는 인천시교육청 예산이 쓰이고 있다.
하지만 전자칠판 보급 과정에 현직 인천시의회 의원들이 개입하고, 공급 업체로부터 불법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최근 뇌물수수 혐의로 현직 인천시의회 의원 2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또 이들에게 뇌물을 준 혐의(뇌물공여)로 전자칠판 공급업체 관계자 2명도 입건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의혹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이어졌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인천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전자칠판 구입 현황을 보면 2022년 인천시교육청 전체 전자칠판 구입비의 3.1%를 차지하던 한 업체는 이듬해 점유율이 44%로 급증했다. 진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이 부분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며 “특정 업체 점유율이 급증한 과정에 인천시의원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입건한 시의원 2명 외에 추가로 현직 인천시의원 2명에 대해서도 내사를 벌이고 있어 수사 대상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수사 대상자가 늘어날 경우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물을 분석한 뒤 공급업체 관계자와 시의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며 “전자칠판 보급 사업 전반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정가에서도 “아이들의 교육 미래를 위협하는 행위”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 인천시당은 논평을 통해 “이번 의혹은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모든 노력을 무산시킬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며 “철저한 수사로 모든 의혹이 명명백백히 밝혀져 교육현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전자칠판 선정 절차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 만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과 물품선정위원회 운영 기준 등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승배 기자 ks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