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트선재센터 ‘언두 플래닛’展 철원서 현장 연구한 작가 등 17개팀… 기후변화-생태계 고찰 작품 선보여 방치된 미륵 석상 작품으로 재구성… 작가 3인 ‘거꾸로 사는 돌’展도 열려
기후 변화와 생태계를 고찰한 기획전 ‘언두 플래닛’에 홍영인 작가가 두루미의 신발을 만든 작품 ‘학의 눈밭’(2024년)이 전시됐다. 뒤쪽 벽면에는 대지 미술로 잘 알려진 낸시 홀트의 ‘태양 터널’(1978년·왼쪽), 로버트 스미스슨의 ‘나선형 방파제’(1970년·가운데) 영상 기록이 상영 중이다. 뒤편 오른쪽 작품은 하셸 알 람키 작가가 사막 유목민 텐트를 재료로 만든 ‘오르팔레스’(2024년). 아트선재센터 제공
레바논 출신 예술가 타레크 아투이는 지난해 접경지대인 강원 철원 지역 초중학생들과 함께 사탕, 탁구공 등 여러 가지 물체로 만든 악기로 소리를 내보는 워크숍을 열었다. 홍영인 작가는 겨울철 철원으로 날아오는 두루미를 관찰하고, 양혜규는 서울대 기후연구실의 꿀벌 연구를 함께 했다.
이처럼 국내외 현대미술가들이 지난해 철원의 여러 기관 및 마을 공동체와 협업해 연구, 워크숍을 하며 시작된 전시 ‘언두 플래닛’이 3일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개막했다. 전시는 철원에서 현장 연구를 한 작가 5팀을 비롯해 총 17팀의 작가가 기후 변화와 생태계를 고찰한 작품을 아트선재센터 1, 2층에서 선보인다. 크게 ‘비인간’ ‘대지 미술’ ‘커뮤니티’ 등 3개의 주제로 나뉜다.
‘비인간’ 전시장에서는 두루미를 관찰했던 홍 작가가 하얀 모래 위 두루미 발 모양의 신발을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신발을 신은 두루미를 관객에게 상상하게 함으로써 ‘새들’이 아니라 각자의 정체성을 가진 개별 존재로 바라보게 한다는 의도다.
‘대지 미술’ 전시에는 1970, 80년대 생태와 환경을 주제로 한 작품을 볼 수 있다. 대지 미술 선구자로 꼽히는 로버트 스미스슨의 영상 ‘나선형 방파제’(1970년), 낸시 홀트의 ‘태양 터널’(1978년)이 소개된다. 또 한국의 자연 미술 작가인 임동식의 회화와 퍼포먼스 기록, 사진 등을 볼 수 있다. ‘커뮤니티’에서는 아투이의 워크숍 영상 기록, 태국 어촌 공동체의 생태 문화를 탐구한 팡록 술랍의 판화 등이 전시된다.
아트선재센터 3층에서는 작가 그룹 이끼바위쿠르르(조지은, 고결, 김중원)의 개인전 ‘거꾸로 사는 돌’이 열린다. 한국의 곳곳에 방치된 미륵 석상을 탁본과 영상으로 기록해 작품으로 만들었다. 영상 작품 ‘거꾸로 사는 돌’은 망가진 축사나 폐교 옆에 덩그러니 미륵 조각상이 놓인 장면들을 풍경화처럼 재구성했다. 또 미륵을 숯으로 탁본한 종이 회화 ‘더듬기’는 벽면에 걸려 있다.
작가들은 미륵이 미래를 상징하는 부처로 한국의 곳곳에 자리 잡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잊힌 것에 주목했다. 여러 미륵 불상의 탁본을 뜰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이 버려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방치된 불상들을 찾아가며 더듬어보고 기록하는 과정에서 “미륵이 말했던 미래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과거를 품으며 ‘거꾸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됐고, 그것이 작업의 토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전시 기간인 7일에는 양혜규, 14일에는 이끼바위쿠르르의 아티스트 토크가 열린다. 두 전시는 모두 내년 1월 26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