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의 느닷없는 비상계엄 선포는 과거 군사정권의 비정상적 헌정질서 파괴를 연상시킬 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야당의 잇단 탄핵 소추와 예산 삭감에 따른 국정 차질을 들었지만 그런 국회 입법 권력의 독주가 헌법이 규정한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 병력으로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가 될 수는 없다.
절차적으로도 문제다. 계엄법에 따르면 계엄을 선포하거나 변경하고자 할 때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정상적인 심의를 거쳤는지 의문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대통령은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하지만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나아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도록 헌법에 규정돼 있다. 결국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 의원들은 물론 여당 의원들까지 참여해 해제 요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런 상황이 뻔히 예견됐는데도 계엄령을 선포한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것은 박정희 유신정권 말기인 1979년 10월 부마항쟁 당시 부산지역에 9일간, 10·26사건 이튿날인 1979년 10월 27일부터 1981년 1월 24일까지 439일간 실행된 게 마지막이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이후 40여 년간 대한민국이 일궈온 민주주의의 시간표를 되돌리는 퇴행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괴물’로 규정했지만 그런 낡은 인식이야말로 시대적 괴물이 아닐 수 없다. 국회가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한 만큼 윤 대통령은 헌법과 계엄법에 따라 지체 없이 이행해야 한다. 이 혼란을 서둘러 끝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