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어 번역가 박옥경 씨 기고문
소설가 한강의 노벨상 시상식이 10일(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한강의 작품 ‘작별하지 않는다’를 스웨덴어로 번역했고, 이번에 한강의 노벨상 강연문의 번역 작업을 다시 맡은 박옥경 번역가가 시상식을 앞둔 스웨덴 현지 분위기를 담은 글을 보내왔다.
박옥경 번역가 본인 제공
‘채식주의자’가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기 1년여 전인 2015년에 이미 스웨덴에서는 나뛰르 오크 쿨튀르 출판사가 한강 책들의 판권을 사고 출판할 계획이었다. 스웨덴에서는 ‘소년이 온다’가 2016년 가을에 그리고 ‘채식주의자’가 2017년 1월에 출판됐다. ‘소년이 온다’가 출판되었을 당시 큰 호평을 받았고, ‘채식주의자’도 번역본이 스웨덴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을 뿐 아니라 2023년 가을에는 왕립극장에서 연극으로 올려지기도 했다.
2019년 가을 ‘흰’이 스웨덴에서 직역으로 출판된 후 올해 3월 초 ‘작별하지 않는다’가 출판되기까지 지난 4~5년간 스웨덴에서 한강의 입지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올해 ‘작별하지 않는다’ 책이 출판된 이후의 분위기는 이전과는 조금 달랐다. 그때 나온 서평들이나 작가 소개를 보면 이전과는 달리 “머지않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할 작가” 또는 “노벨 문학상 후보로 자주 거론되는 유명작가”로 소개됐다.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 스웨덴어 번역본
노벨상에 대한 스웨덴 국민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해마다 수상자들에 대한 관심도 굉장히 많은데, 특히 노벨 문학상에 대한 관심은 일반 대중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는 상이기에 특별하다. 이 때문에 수상자가 발표되면 신문 방송에서 앞다투어 다루고 책들도 날개 돋힌 듯 팔린다. 한강의 책들도 모든 서점에서 동이 나고 공공 도서관의 대기 순번도 100명이 훌쩍 넘어 갈 정도로 책을 구하기 어려워졌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스웨덴 독자가 뽑는 올해의 소설부문 최종후보에 올라 현재 온라인 투표 중이다. 아직 스웨덴어로 번역되지 않은 책들의 추가 번역 출간도 추진되고 있다.
필자가 번역했고 좋아하는 작가인 한강이 노벨상을 받게 돼 밤잠을 설칠 정도로 너무 기쁘다. 다만 노벨상을 받지 않았어도 훌륭한 한국 작가들이 여전히 많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여러 나라에서 좋은 번역가들이 꾸준히 기울인 노력이 한국문학이 해외에서 인정받는 토대가 되었다는 점도 말하고 싶다. 10일 열릴 한강의 노벨상 시상식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