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지난 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담을 넘어 경내로 들어가고 있다. 국회의장실 제공
우원식 국회의장이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경찰이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처럼 국회 담을 넘어 경내로 진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우 의장은 월담을 한 뒤 긴급하게 국회 본회의를 열어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선포 150분 만에 가결시켜 계엄 해제를 이끌었다. 우 의장 측은 “당시 상황, 다급함을 판단할 수 있는 그림”이라며 우 의장이 월담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박태서 국회의장 공보수석은 4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경호대장이 상황이 워낙 다급하고 위중하다는 판단에 (우 의장이) 월담하는 것을 휴대전화로 찍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의장실이 공개한 사진에는 성인 남성의 키만한 높이의 국회 담을 넘는 우 의장의 모습이 담겨 있다. 박 수석은 “우 의장이 (3일) 오후 9시가 넘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관에 도착해 휴식을 취하던 중 계엄 선포 보고를 받고 오후 10시 56분에 국회에 도착했다”며 “국회 게이트가 여러 개가 있는데 소통관에 들어가는 3문이 경찰차벽에 가로막혀 진입 불가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우 의장이) 3문과 4문 사이 담벼락을 타고 넘었다”고 했다.
본회의장과 가까운 곳에서 대기하던 우 의장은 자정이 넘었을 무렵 본회의장에 진입했고, 4일 오전 12시 47분경 본회의를 개의했다. 본회의장에 모인 여야 의원 190명은 비상계엄에 대한 해제 요구 결의안을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후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열어 비상계엄을 해제했다. 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 만이었다.
하지만 우 의장은 정회를 선포하지 않았다. 박 수석은 “언론사 보도만 가지고는 여러 무리가 따른다는 판단 하에 최종 국무회의 공식 확인을 거치기 위한 여러 노력을 했지만 마땅하지 않았나 보더라”고 했다. 대통령이 계엄을 해제하려는 경우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우 의장은 같은 날 오전 5시 50분경 국무회의를 주재한 한덕수 국무총리와 직접 통화를 나눈 뒤에야 정회를 선포했다.
박 수석은 ‘우 의장에 대한 체포 시도가 있었는가’라는 물음에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니까 3층 진입 시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국회의장실은 국회 본청 3층에 위치했다. 다만 ”눈에 보이는 (의장 체포에 대한) 계엄군의 행적 등은 확인한 바 없다”고 했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