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혜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4일 새벽 무장 계엄군이 국회를 나서고 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 190명 중 찬성 190명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 처리했다. 이에 따라 계엄령 선포는 무효가 됐다고 국회의장실은 설명했다. 2024.12.4 (서울=뉴스1)
● “비서실장도 안보실장도 계엄 선포 몰라”
윤 대통령은 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국을 공식 방문한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키르기스공화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오찬을 함께 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공식 일정 없이 경내에 머물렀다고 한다. 실무진에게 오후 5시경 담화 발표 계획이 전달되면서 브리핑룸에서 생중계를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 23분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이라고 계엄을 선포했다. 다음 날인 4일 오전 1시 1분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된 직후 윤 대통령이 국회 의결을 수용하지 않으려 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 때문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오전 2시 반경 다시 대통령실에 들어가 윤 대통령에게 “수용하지 않으면 위법”이라는 취지로 설득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국회 의결 3시간 반 뒤인 오전 4시 27분에야 계엄 해제를 발표했다. 계엄 선포 6시간 만이었다.
윤 대통령은 계엄 해제를 선포하면서도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 “尹, 계엄 해제 의결 수용 않으려 했다” 주장도
정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8시경 참모진 회의를 주재하며 “일괄적으로 거취 문제를 고민하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는 침통한 분위기 속에 짧게 진행됐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후 대통령실은 정 비서실장, 신 안보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등 ‘3실장’과 수석비서관급 이상 전원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자료사진] 용산 대통령실 청사
그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극소수와 상의해 실제 계엄을 선포하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 재판 결과를 기다리면서 임기 후반부에 ‘양극화 타개’ 등 민생 행보를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국정 운영 동력을 찾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대통령이 왜 그런 자충수를 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보수 성향의 유튜브를 많이 보고 이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우경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이날 윤 대통령이 자주 시청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튜브 진행자는 “오죽했으면 그랬겠냐”고 윤 대통령을 감쌌다. 친윤(친윤석열) 성향의 한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무도함을 알리기 위해 탄핵까지도 각오하고 이를 정상화시키겠다는 방법으로 비상계엄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이런 인식으로 계엄 선포라는 극단적인 방식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계엄 선포 담화문에서 야당을 향해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세력’이라고 비난한 것도 윤 대통령의 상황 인식 실태를 보여준다는 비판이 여권에서 나왔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