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다만, 중고 거래 시장의 급격한 확장에 따라 물품 구매자인 소비자 보호에 대한 우려도 함께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 국내에서 온라인 거래의 소비자 보호를 위한 대표적 규제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에 따른 규제다. 그런데 전자상거래법은 사업자와 소비자 간(B2C) 거래를 하면서 발생하는 정보 비대칭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으로, 현재 중고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자 간(C2C) 거래를 예상하고 만들어진 법제가 아니어서 동 법을 C2C 거래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조항이 법 제20조 제2항인데, 이에 따르면 중고 거래 플랫폼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사업자인 판매자의 성명, 전화번호, 주소, 생년월일 등 신원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과연 이 조항을 C2C 거래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까. C2C 거래의 경우에도 소비자 보호의 필요성이 있지만, 사업자와 달리 개인 판매자의 신원정보는 헌법상 보호되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달리 볼 필요가 있다.
결국 이 건은 소비자 보호보다는 개인정보보호의 필요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중고 거래 플랫폼에 개인 판매자 신원정보 제공 의무가 있다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만약 이를 강제한다면 개인들은 온라인을 통한 중고 물품 판매를 꺼리게 될 것이며, 결국 중고 거래 플랫폼의 사업 구조도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중고 거래 플랫폼의 혁신과 성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C2C 거래의 참여자로서 구매자, 판매자의 정당한 권리와 이익도 보호할 수 있는 균형 있는 규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제정 이후 20년 가까이 큰 변화 없이 유지돼 온 전자상거래법은 혁신적인 중고 거래 플랫폼을 규제하기에는 너무 낡은 틀이다. 법령을 정비하는 한편 우선 가이드라인 등 자율규제안을 마련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