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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무장군인들 막고 국회 표결 시간 벌어준 시민들

입력 | 2024-12-04 23:24:00

계엄군 차량 막아선 시민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뒤 4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로 진입하려는 군 버스를 시민들이 막아서고 있다. 이들은 도로 위 버스를 포위한 채 “(군인들은) 돌아가라”고 외쳤다. 뉴스1


4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기까지 2시간 30분 넘게 국회의 밤은 긴박하게 흘러갔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후 무장 계엄군과 경찰보다 한발 앞서 국회로 달려 나온 수천 명의 시민들은 계엄군이 국회 봉쇄를 위해 본청 진입을 시도하자 “돌아가라” “불법 계엄에 동참하지 말라”며 몸으로 막아섰다. 국회가 표결할 시간을 벌어준 것이다. 비상계엄 해제 후 군인들이 철수할 때는 “도와주자”며 침착하게 길을 터주었다. 일촉즉발의 비상사태가 큰 희생 없이 마무리된 배경에는 명분 없는 계엄령을 온몸으로 거부한 시민들이 있었다.

무장 군경이 출동하는 비상계엄 상황임에도 정부는 긴급재난문자 한 통 보내지 않았다. 대신 대통령의 긴급 담화 방송을 본 시민들이 전화와 문자로 널리 소식을 전했다. ‘인간 바리케이드’를 만들어 국회 봉쇄를 막던 시민들은 계엄군의 일거수일투족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실시간으로 전파했다. 온 국민과 전 세계가 지켜보는 상황에서 군이 무력 대응을 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군대 간 아들에게 “시민들 공격 말라”는 문자를 보낸 어머니도 있었다.

한국 민주주의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시민들은 4·19혁명으로, 5·18민주화운동으로 막아 냈다.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때는 수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누구도 다치지 않은 평화로운 촛불집회로 탄핵을 이끌어 냈다. 옳지도 않고 성공할 수도 없는 비상계엄으로 세계적 조롱거리가 되는 동안 나라 위신을 지켜낸 건 계엄군을 돌려세운 시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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