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강연문 번역 작업 맡은 박옥경 씨가 전하는 현지 분위기 ‘작별하지 않는다’ 현지 출판후 노벨상 후보로 급부상해 출판 담당자도 “엄청난 감동”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흰’ 등을 스웨덴어로 번역한 박옥경 번역가가 스웨덴 현지 분위기를 담은 기고문을 보내 왔다. 많은 스웨덴 독자가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주인공이 제주의 폭설을 뚫고 친구 집을 찾아가는 장면에서 스웨덴 영화계 거장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영화 속 장면들을 떠올렸다고 한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소설가 한강의 노벨상 시상식이 10일(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한강의 작품 ‘작별하지 않는다’를 스웨덴어로 번역했고, 이번에 한강의 노벨상 강연문의 번역 작업을 다시 맡은 박옥경 번역가가 시상식을 앞둔 스웨덴 현지 분위기를 담은 글을 보내왔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한강 작가와는 번역원에서 주최한 문학기행에서 2013년 처음 만났고, 이후 그의 책들을 번역하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었다. 2015년 한강 작가의 책들 중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 스웨덴어 번역을 동시에 의뢰받았는데, 아쉽게도 이미 다른 책을 번역 중이어서 직역으로 옮기지 못했다.
스톡홀름과 스웨덴 북쪽 소도시 우메오에서 출판사 나투르 오크 쿨투르 출판사 주관하에 열렸던 한강 작가 북콘서트와 사인회에는 1000명이 넘는 독자들이 참여했고, 작가 사인을 받는 데 한 시간 넘게 걸린 것만 봐도 한강의 인지도가 인구 1000만에 불과한 스웨덴에서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스웨덴 내 소식통에 따르면 ‘작별하지 않는다’가 한강의 작품세계를 한 단계 더 높이 확장시켰다는 평을 받았으며 이번 노벨상 수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스웨덴 출판사 출판담당자인 니나 에이뎀 씨도 처음 ‘작별하지 않는다’ 번역 원고를 받아 읽었을 때 놀랄 만큼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실제로 10여 개 신문에 실린 몇몇 서평의 타이틀만 살펴봐도 엄청난 호평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번역문학이 없는 세상이 얼마나 제한적이었을지 탁월한 작가 한강은 확실히 보여준다.” “폭설이 내리는 제주에서 경하가 인선의 집을 찾아가는 과정은 스웨덴 영화계의 거장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영화 장면들을 연상하게 한다.”
노벨상에 대한 스웨덴 국민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해마다 수상자들에 대한 관심도 굉장히 많은데, 특히 노벨 문학상에 대한 관심은 일반 대중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는 상이기에 특별하다. 이 때문에 수상자가 발표되면 신문 방송에서 앞다투어 다루고 책들도 날개 돋친 듯 팔린다. 한강의 책들도 모든 서점에서 동이 나고 공공 도서관의 대기 순번도 100명이 훌쩍 넘어갈 정도로 책을 구하기 어려워졌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스웨덴 독자가 뽑는 올해의 소설 부문 최종 후보에 올라 현재 온라인 투표 중이다. 아직 스웨덴어로 번역되지 않은 책들의 추가 번역 출간도 추진되고 있다.
박옥경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