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시리아에 군대 파병도 검토” 美는 시리아 친이란 무장세력 공습 사우디, 반군에 무기 등 물밑 지원 반군, 제2도시 이어 4도시 점령 눈앞
피란길 오른 쿠르드족 시리아, 튀르키예, 이란 등에 거주하는 소수민족 쿠르드족의 일부 주민이 3일 시리아 북부 락까에 도착하고 있다. 당초 시리아 2대 도시 알레포에 거주하던 이들은 최근 반군이 정부군으로부터 알레포를 탈환하고 양측의 교전이 격화하자 락까로 피신했다. 락까=AP 뉴시스
2011년부터 시작된 시리아 내전에서 최근 반군이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며 정부군을 압박하고 있다. 러시아, 이란,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등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왔던 강대국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소강 상태였던 내전이 격화하면서 강대국의 대리전 양상도 짙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전 발발 후 줄곧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지지해 온 러시아와 이란은 최근 “정부군을 계속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란은 “군대 파병도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아사드 대통령은 시아파의 분파인 알라위파다.
미국은 시리아 내 친(親)이란 무장세력을 공습하며 반군을 돕고 있다. 이란과 중동지역 패권을 놓고 경쟁 중인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르키예도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 또한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반군에 힘을 실어 주는 모양새다. 3일 뉴욕타임스(NYT)는 “여러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시리아 정세 예측이 더욱 어려워졌고, 폭력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군은 지난달 30일부터 북부의 제2 도시 알레포를 장악했다. 이런 상황에서 하마까지 점령한다면 반군의 공세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두 공세 모두 반군 내 무장단체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수니파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 샴(HTS)’이 주도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HTS는 하마 도심에서 5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공군기지에서 무인기(드론)로 정부군 헬기를 공격하고 있다.
HTS가 하마를 장악하면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뒤 정부군이 하마에 대한 통제권을 잃는 첫 사례가 된다. 로이터통신은 “반군이 하마를 장악하면 아사드 정권에 대한 퇴진 압박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날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부대사는 뉴욕 유엔 본부에서 “아사드 정권과 이를 지원하는 러시아의 잔학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도 이날 다마스쿠스 공항 인근에서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고위 인사 살만 네메르 자마를 표적 공습으로 살해했다.
이란의 최대 경쟁자인 사우디 역시 반군에 대한 무기와 재정 지원을 꾸준히 해왔다. 튀르키예는 반군을 지원하며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의 독립국가 설립 움직임을 막기 위해 시리아 북서부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반면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은 2일 아사드 대통령과 통화한 후 “시리아의 위기 극복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카타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시리아 정부가 ‘군대를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면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도 지난달 29일 “시리아(정부)를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통화하며 현재 시리아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또 러시아, 튀르키예, 카타르 3국 외교장관도 조만간 회동을 갖고 시리아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각각 정부군과 반군을 지원한 러시아와 튀르키예, 내전 중재를 해 온 카타르 외교장관의 회담이라 사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이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