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계엄’ 후폭풍] 계엄 선포 누구와 모의 오후 5시경 실무진에 담화계획 전달… 오후 9시 극비 국무회의 후 계엄 선포 “尹, 계엄 해제 의결도 수용 않으려해”… “보수 유튜브와 소통 우경화” 지적도
윤 대통령, 담화 통해 비상계엄 선포 해제 발표.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한밤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그 결정 과정에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정진석 비서실장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등 고위 참모진들과도 사전에 상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이를 자신이 건의했다고 밝혔지만 고위 참모진들도 몰랐던 만큼 대통령실의 의사결정 시스템에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비서실장도 안보실장도 계엄 선포 몰라”
무장 계엄군 국회 경내 진입. 뉴스1
계엄군, 국회 본청 진입. 뉴시스
윤 대통령은 계엄 해제를 선포하면서도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 “尹, 계엄 해제 의결 수용 않으려 했다” 주장도
우원식 국회의장 담 넘어 경내 진입. 뉴스1
그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극소수와 상의해 실제 계엄을 선포하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 재판 결과를 기다리면서 임기 후반부에 ‘양극화 타개’ 등 민생 행보를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국정 운영 동력을 찾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대통령이 왜 그런 자충수를 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보수 성향의 유튜브를 많이 보고 이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우경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이날 윤 대통령이 자주 시청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튜브 진행자는 “오죽했으면 그랬겠냐”고 윤 대통령을 감쌌다. 친윤(친윤석열) 성향의 한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무도함을 알리기 위해 탄핵까지도 각오하고 이를 정상화시키겠다는 방법으로 비상계엄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이런 인식으로 계엄 선포라는 극단적인 방식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계엄 선포 담화문에서 야당을 향해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세력’이라고 비난한 것도 윤 대통령의 상황 인식 실태를 보여준다는 비판이 여권에서 나왔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