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계엄’ 후폭풍] 계엄 저지한 시민들 軍버스 막고 계엄군 붙잡고 늘어져… 외신 “인간 바리케이드 만들었다” 계엄 소식, SNS 통해 급속히 전파… “軍이 먼저 장악했다면 상황 몰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전해 들은 시민들은 3일 밤 국회 앞으로 달려와 온몸으로 계엄군과 경찰을 저지했다. 이들은 4일 새벽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킬 때까지 군 차량과 무장 계엄군, 경찰과 필사적으로 대치했고, 군경은 민간인 사상자 발생을 우려해 폭력 대응을 자제했다. 시민들은 계엄군을 향해 거듭 “불법 계엄에 동참하면 안 된다” “돌아가라”고 외쳤다. 12·12쿠데타를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을 연상케 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시민들의 참여가 국회의원들로 하여금 표결을 진행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 계엄군 온몸으로 막은 시민들
계엄군 차량 막아선 시민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뒤 4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로 진입하려는 군 버스를 시민들이 막아서고 있다. 이들은 도로 위 버스를 포위한 채 “(군인들은) 돌아가라”고 외쳤다. 뉴스1
이후 오전 1시 2분경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자 시민들은 환호하며 “윤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계엄군이 철수하기 시작하자 시민들은 “고생했다. 잘 가라. 고맙다” “(군부대가) 철수하도록 도와달라”고 외치며 침착하게 길을 터줬다. 일부 시민은 철수하는 계엄군을 향해 박수를 보내며 배웅했고, 이에 계엄군은 군말 없이 국회를 빠져나갔다. 일부 군 차량은 인파 때문에 철수에 어려움을 겪자 운전석 유리창에 ‘복귀 중입니다. 비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메모를 써 붙이기도 했다.
● 현장 생중계 유튜브 등 SNS도 큰 역할
계엄 해제 결의안 통과에 환호 4일 새벽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자 국회 앞에 모여 있던 시민들이 손을 번쩍 들어 환호하고 있다. 뉴스1
시민들이 계엄군이나 경찰보다 먼저 국회 앞에 집결할 수 있었던 것이 SNS 덕분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계엄 소식이 SNS를 타고 매우 빠르게 전파됐기 때문에 시민들이 때맞춰 달려왔다는 것이다. 한 시민은 “만약 소식이 늦게 전파돼서 시민들보다 군경이 먼저 국회를 봉쇄했다면 무슨 상황이 벌어졌을지 모른다”며 “국회의원들이 제때 본회의를 열지 못하고 투표도 못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유튜브 생방송으로 국회 안팎의 충돌 상황을 전국 시민들, 해외 누리꾼, 외신이 지켜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계엄군이 실탄 발포 등 무력 대응을 할 수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