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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부미는 한국을 멸망시킨 역적”…안중근 의사 심문 자료 등 추정가 10억

입력 | 2024-12-05 10:02:00

서울옥션 12월 경매 출품
오노 모리에 회고록·하얼빈 의거 인화사진 등



ⓒ뉴시스


일본인 외교관 오노 모리에의 14페이지 분량 회고록, 안중근 의사 및 하얼빈 의거와 관련된 인화 사진 7점과 유리건판 8장이 ‘안중근 의사 관련 자료 일괄’로 경매에 나왔다. 추정가는 10억 원이 매겨졌다.

서울옥션은 오는 17일 오후 4시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여는 ‘제181회 미술품 경매’에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와 관련한 자료와 사진, 박경리 토지 ‘육필원고’ 등 총 137점, 낮은 추정가 총액 약 70억 어치를 경매한다고 5일 밝혔다.

‘안중근 의사 관련 자료 일괄’중 오노 모리에 회고록은 하얼빈 의거 실행일인 1909년 10월 26일과 안중근 의사가 일본 영사관으로 인도된 후 공식적인 첫 심문이 이뤄지는 30일 사이 사흘 간의 흔적을 알려주는 자료다. 안중근 의사 관련 연구에서 이 기간은 그동안 공백으로 남아 있었다.

회고록에는 안중근 의사가 자신을 신문하는 오노로부터 담배를 받고 ‘생큐’라고 짤막하게 말하는 인간적인 면모부터 손가락이 잘린 이유를 묻는 질문에 독립운동 동지들을 보호하기 위해 허위로 대답하는 상황 등 거사 직후 긴장되는 분위기 속에서의 다양한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특히,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동기를 묻는 질문에 자신만만하게 ‘한국을 멸망시킨 역적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는 서술에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안중근 의사의 강인한 결기가 느껴진다.

“그때 ‘땡큐’ 한 마디를 흘렸다. ‘너는 영어를 아는가’하고 물으니 ‘아니’라고 하기에 ‘지금 그 말은 영어가 아닌가’라고 묻자 ‘아니 일본어다’라고 답했다. 그래서 이는 영어라 설명해주며 ‘왜 일본어라 생각하냐’고 반문하자, 자기가 예전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뱃일을 할 때 동료 일본인들이 많았는데 그들이 서로 감사의 표현을 ‘땡큐’라고 해서 일본말인줄 믿고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겨우 입을 열기 시작했으나 다시 입을 다물어 얄미울 정도였다.

담배 한 대로 잠시 기분이 좋아진 줄 알고 이토 공의 암살 동기를 물으니 자신만만하게 ‘한국을 멸망시킨 역적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새끼손가락이 절단된 이유를 물으니 전혀 주저함 없이 ‘자신은 원래 북한의 산 사냥꾼이었는데 당시 토끼를 요리하다 잘못해서 새끼손가락이 절단되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블라디보스토크의 배 일꾼이라는 점과 산의 사냥꾼이라는 점이 사실이라면 그 후 상당한 시일이 경과해 상처가 유착되어 있어야 함에도 생생한 사실에 대조해볼 때 안중근의 답변은 엉터리임을 알았다.”(오노 모리에 회고록)

유리건판과 이를 인화한 사진은 회고록과 함께 구성됐다. 이들 사진의 최초 원본의 잔존여부는 확인할 수 없으나 건판의 크기나 하단에 표기된 사진관의 정보 등으로 보아 하얼빈 의거와 비슷한 시기 제작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국내에 무려 세 점의 안중근 사진이 전함에도 현전하는 유리건판은 이번 출품작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안중근 의사 관련 사료를 발굴하는 데에 있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오노 모리에 회고록과 유리건판 사진들은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은 채 일본에 소재하던 사료를 발굴해 한국으로 환수한 사례로 큰 의미가 있다”라며 “안중근 의사의 행적을 조금 더 다각도로 조명하고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수많은 사료들의 행방이 여전히 묘연한 가운데, 이번 출품작이 아직도 국내외에 흩어져 있을 안중근 의사의 흔적들을 새로이 발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경매에는 한국 근현대문학의 역사적 가치를 담고 있는 주요 작품들도 선보인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5부 육필원고는 이번 경매로 미술시장에 처음 공개된다. 추정가는 5억원이다.

오타를 고치고 표현을 다듬어 놓은 부분 등 출판물에서는 보이지 않는 육필원고만의 매력이 돋보이며 25년이라는 오랜 시간에 걸쳐 집필된 대하 장편소설을 마무리 짓는 작가의 심정을 엿볼 수 있다.

근대문학 초판본은 ‘한국 근대문학의 집대성’이라는 별도 섹션으로 구성된다. 국가등록문화유산 제470-4호로 등록된 김소월의 ‘진달래꽃’ 초판본을 포함해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 초판본, 출판 당시 작가가 자비로 100부만 찍어냈다고 알려진 백석의 ‘사슴’ 초판본 등 한국문학의 뿌리를 살펴볼 수 있는 희귀 서적 7점이 새 주인을 찾는다.

근현대미술 섹션에는 조지 콘도의 ‘The Screaming Priest’(추정가 6억~9억원) 이중섭의 은지화 ‘아이들’(추정가 6000만~1억원), 이우환의 ‘무제’(추정가 3억~5억원)등 국내외 근현대미술 거장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하이엔드 럭셔리 마켓 주요 레코드 견인하고 있는 천연 다이아몬드 및 유색 보석, 희소성 높은 에르메스, 샤넬 가방 등 럭셔리 품목 또한 다채롭게 구성됐다.

출품작은 오는 7일부터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볼 수 있다. 관람은 무료.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