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공공운수노조 철도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광주 광산구 송정역에 철도노조 파업에 따른 열차 운행중지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2024.12.5/뉴스1
“그제부터 비상계엄 사태 때문에 밤잠을 설쳐 피곤한데, 출근길까지 말썽이네요.”
5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만난 직장인 오모 씨(36)는 “오늘부터 철도노조가 파업을 시작한다길래 평소보다 30분 일찍 나왔는데도 간신히 지각을 면할 것 같다”며 “내일 서울교통공사 파업까지 시작되면 더 일찍 나와야 하나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이 운영하는 수도권 지하철 1·3·4호선, 수인·분당선, 경의·중앙선, KTX가 운행에 차질을 빚으면서 열차 승강장은 평소보다 크게 붐볐다.
이날 첫차부터 파업에 돌입한 수도권지하철 1호선은 적게는 10분에서 많게는 20분가량 열차가 지연 운행됐다. 오전 8시경 1호선 신길역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 씨(30)는 “열차가 20분가량 늦게 와 지각할까 전전긍긍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역에는 ‘전국철도노동조합 파업에 따른 일부 열차 운행 중지’ 안내문이 게시됐다.
시민들은 철도 파업을 피해 버스나 택시 등 다른 교통수단으로 몰렸다. 이날 오전 8시 35분경 서울 영등포구의 한 버스정류장 앞에는 평소보다 2배가량 긴 대기줄이 생겼다. 평소 지하철로 통근한다는 이모 씨(34)는 “지하철 파업을 한다고 해 일부러 버스를 타러 나왔다”며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 알았으면 아예 더 일찍 나오는 건데 후회된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에서 영등포구로 출근하는 이모 씨(26)는 “사람이 얼마나 몰릴지 몰라 아예 택시를 잡아탔다”며 “퇴근 시간에는 차가 더 막힐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코레일이 운영하는 열차의 총 운행률은 평시 대비 93.4%로 나타났다. 수도권 전철 96.9%, KTX 92.2%, 여객열차 89.6%, 화물열차 58.8%였다. 파업 참가자는 출근 대상자 1만2994명 중 2870명으로 집계됐다. 파업 참가율은 22.1%로 지난해 파업 당시 첫날 파업 때 참가율(21.7%)과 비슷한 수준이다. 대체인력은 591명 투입됐다.
코레일은 출퇴근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출근 시간대 수도권 전철 운행률은 평시 대비 90%(1호선 및 수인분당선 95%), 퇴근 시간대는 85%를 유지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대 광역전철과 KTX 등 이용 수요가 많은 열차의 운행률을 최대한 확보할 계획”이라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체 버스 등 교통 수단을 추가로 투입한다”고 밝했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본사에서 본교섭을 진행한 뒤 결과에 따라 6일 총파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막판 협상이 결렬되면 노조는 2022년부터 3년 연속 파업에 들어가게 된다.
노사에 따르면 사측은 제1노조인 민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노조와 5일 오후 4시부터 서울 성동구 본사에서 본교섭을 진행했다. 이후 30분 간격으로 2, 3노조와의 본교섭도 같은 장소에서 진행됐다. 1, 3노조는 최종 교섭 결렬 시 다음날 총파업에 나선다고 예고한 상태로 이날 늦은 시각까지 치열한 줄다리기 협상이 이어졌다. 한국노총 소속 2노조는 앞선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쟁의행위 안건이 부결돼 단체행동에 나서지는 않을 예정이다.
학교 급식 근로자와 돌봄 교사 등이 포함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도 6일 하루 파업을 진행한다. 2022년 11월 파업 당시에는 급식을 실시하는 전국 유초중고교 3181곳(25.3%)에서 급식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은 “돌봄은 남은 교직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학교 급식은 빵이나 우유 등 대체식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경기도교육청은 파업 참여율이 50% 미만일 경우 남은 인력을 활용해 식단을 변경하거나 간소화하고, 50% 이상이면 빵 우유 같은 대체식을 제공하도록 했다. 학비연대는 실질임금 인상, 급식실 고강도 노동 및 처우 개선, 방학 중 비근무자 생계 해결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