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한류, K-헤리티지로] 〈9〉 식품산업 근대화 삼양그룹 창업주 “기업은 국가 경제 기여해야”… 설탕 국산화 등 ‘기간산업발전’ 강조 4세 경영인 “유전자 치료제 등 도전… 인류의 미래 바꿀것” 새 100년 선포
삼양사 창업주 수당 김연수 선생의 집무실.
1956년 공장 가동을 시작할 때 설치했던 원심분리기.
● ‘귀한 몸’ 설탕, 국내 첫 생산…‘먹거리’ 기간 산업
1925년 전북 부안군 줄포면과 보안면, 산내면의 경지를 묶어 줄포농장을 출범했다. 삼수사는 1931년까지 총 7개의 농장을 조성해 한국 영농 근대화에 앞장섰다. 식량이 늘 부족했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기업의 역할이라고 여겼다. 농장 사업을 정리한 뒤엔 염전 사업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당시 농지로 조성하지 못한 간척지가 남았던 점, 소금 부족 사태로 국민들이 식량난을 겪고 있던 점 등이 사업 전환의 배경이 됐다.
1950년대 전쟁 직후 시작한 설탕 사업도 전쟁으로 피폐해진 국민들의 식생활 개선을 위한 결정이었다. 삼양사 관계자는 “창업주는 전후 국가 경제에 기간 산업 발전이 필수라고 판단했다”며 “다양한 식품의 원재료로 쓰여 식품 산업의 ‘기간 산업’으로 꼽히는 설탕은 당시엔 대부분 수입에 의존했다”고 말했다. 1965년 당시 9급 공무원 첫해 월급이 약 3700원이었는데 설탕 가격은 5kg에 500원일 정도로 비쌌다. 설탕은 명절과 성탄절, 결혼 축하 선물 주요 품목 중 하나였다.
국내 최대 규모의 제당공장을 준공한 것도 설탕의 수입 의존도를 낮춰 국가 경제에 기여하겠다는 뜻에서였다. 김 창업주는 평소 “기업이 이익을 위한 집단에 그쳐서는 안 되며, 국가와 사회에 역사적 소명의식을 갖고 부국을 책임져야 한다”는 경영 철학을 강조했다.
삼양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은 이 산업보국 헤리티지를 계승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삼양그룹은 전분당, 밀가루 등 식품 사업의 기초가 되는 소재 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전분, 물엿, 올리고당, 알룰로스 등 생산 품목을 넓혔다. 지금은 식품 외에 신소재 및 석유화학 부문과 의약바이오 사업에도 진출했다.
설탕의 원재료인 원당이 창고에 수북이 쌓여 있다. 울산=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삼양사 스페셜티(고기능성) 제품인 알룰로스는 자연계에 있는 희소당으로 설탕 대비 70% 정도의 단맛을 내지만 칼로리는 ‘제로’인 대체 감미료다. 현재 알룰로스는 ‘없어서 못 팔 만큼’ 수요가 전 세계에서 급증하고 있다. 올해 9월 삼양사는 알룰로스 신규 공장을 준공해 연간 생산량은 기존 대비 4배 늘어난 연간 1만3000t이 됐다.
울산 남구 울산2공장. 국내 최대 규모 알룰로스 공장으로 1400억 원을 투입한 신공장이다. 삼양사 제공
이날 미래 비전 발표는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의 장남인 김건호 전략총괄 사장이 맡았다. 김 사장은 “100년 전 배고픈 국민들을 위해 농장으로 시작한 삼양이 성장과 혁신을 거듭해 오늘날 반도체와 유전자 치료제 같은 글로벌 첨단 산업에 도전하고 있다”며 “인류의 미래를 바꾸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주가 강조했던 산업보국 정신이 4세 경영인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울산=이민아 기자 om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