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의구심 커져 금융주 타격 외국인 이틀간 코스피 7000억 매도 ‘산타 랠리’ 美-유럽 증시와 대조 정부 “10조 증안펀드” 불안 달래기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에 금융주가 폭락하면서 4대 금융지주의 시총이 이틀 새 12조 원 넘게 증발했다. 금융지주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발맞춰 주주환원에 적극 나서면서 시장 가치를 높여왔는데, 비상계엄 사태로 정부 정책 추진력에 대한 심각한 의구심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도리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코스피도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이틀째 1% 안팎의 하락세를 보였다.
이로써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의 시가 총액은 비상계엄(3일 종가) 이후 이틀 새 12조457억 원가량 감소했다. KB(6조603억 원), 신한(3조3227억 원), 하나(1조8383억 원), 우리(8243억 원) 순으로 감소 폭이 컸다.
이날 전반적인 증시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코스피는 전날 대비 22.15포인트(0.90%) 내린 2,441.85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도 0.92% 하락 마감했다. 불법 계엄 사태로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외국인 투자가들은 4일과 5일 이틀간 코스피 시장에서 7000억 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한국은행이 내년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2.1%→1.9%)한 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 가시화로 수출 둔화가 우려되는 것에 더해 계엄과 탄핵 등으로 국내 정치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 증시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5.0원 오른 1415.1원에 거래됐다.
이 같은 상황은 이른바 ‘산타 랠리’로 연일 상승세를 보이는 미국 유럽 등 주요국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4일 뉴욕 증시는 경기 낙관론 등에 힘입어 3대 지수가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08.51포인트(0.69%) 오른 45,014.04에 장을 마쳐 처음으로 45,000선을 넘었다.
정부는 시장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도 긴급회의를 열고 “과도한 불안감을 갖기보다는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냈다. 정부는 △10조 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펀드 △4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등을 가동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한국은행도 환매조건부증권(RP) 매입 등 유동성 무제한 공급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 부총리는 이날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만나 현재 한국 경제·금융 시장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곧 국제 신용평가사, 우방국 경제 라인 등과도 소통하며 상황을 공유해 나갈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비상계엄 이후 금융시장 불안과 관련해 전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를 소집해 시장 상황 급변에 대비한 대응 계획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