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부터 다양한 집과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고 있다. ‘행가집’. 행복이 가득한 집의 줄임말로 집에서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집에 관한 몇 권의 책을 내면서 ‘집에서 행복한 사람이 진짜 행복한 사람’이란 생각을 갖고 있기에 고민 끝에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건축가가 근사하게 지은 전원주택부터 도심 속 타운 하우스, 멀리 강원도로 여행을 온 것 같은 서울 평창동의 단독 주택을 취재하다 보면 ‘집’에 방점을 찍고 과감한 결단을 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에 새삼 놀란다. 각자의 이야기로 오롯하고 풍성한 세계. 집은 그 자체로 커다란 이야기보따리라서 일상의 희로애락이 술술 쏟아진다.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건축가가 지은 집’ 저자
인천 청라 지구에 첫 단독주택을 지어 살 때부터 “우리는 집으로 돈 벌 생각은 하지 말자” 하고 합의를 본 것도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뿌리를 내리며 살게 하는 요인이다. “애초부터 집으로 재테크를 해야지 하는 생각이 없었어요. 그저 좋은 집을 지어서 살면 좋겠다 싶었지요. 주변 선배들이 교육과 부동산을 삶의 중심에 두고 사는 것이 좀 이해가 안 됐어요. 그런 삶은 계속 지나가버리는 삶 같았거든요. 저는 집에 머물고 싶었어요. 비 오는 날에는 거실에서 빗소리를 듣고 여름에는 느긋하게 마당에서 수박을 잘라 먹는 거죠. 부동산 투자를 열심히 하는 분들을 보니 마지막에 큰돈을 버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평가 금액일 뿐. 당장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돈이 아니고 같은 수준으로 이사를 할라치면 주변 시세도 그만큼 올라 있으니까요. 원하는 삶에 어떻게 하면 이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 집을 다녀온 후 며칠 동안 이 말이 계속 생각났다. “우리는 집으로 돈 벌 생각은 하지 말자.” 참으로 멋진 생활 철학이다. 그렇다고 가난해지는 느낌도 없다. 행복은 돈으로도 살 수 없으니 마침내 더 큰 부자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행복하고 건강한 일상이 계절마다 복리이자처럼 쌓이니 이것이 부자의 삶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건축가가 지은 집’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