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낯선 땅 어려움 극복하고 이웃에게 선한 영향력 전파

입력 | 2024-12-06 03:00:00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賞]
● 다문화 가족 부문
베트남서 온 임소현 씨 ‘영예의 대상’… 당뇨병 시어머니-장애 남편 돌보고
다자녀 양육하며 봉사도 적극 실천
‘늦깎이 대학생’ 가오지홍-박수진 씨… 힘든 상황에도 꿈을 향한 도전 지속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4회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상패를 들고 웃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박수진 씨, 가오지홍 씨, 강상철 씨 대리 수상자 강희정 씨, 김형곤 씨, 김순화 씨, 옥희연 씨, 곽민정 안산시 이주민 시민연대 대표, 정영희 글로벌투게더 김제 사무국장, 박미경 화성시 가족센터장, 임소현 씨, 장민호 군 대리 수상자 유예슬 나주시 가족센터 직원, 윤찬영 씨, 김승우 군.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008년 베트남을 떠나 한국에 온 임소현 씨(38)의 삶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오른팔을 잃은 3급 장애인인 남편과 당뇨 합병증으로 거동이 어려운 시어머니, 세 자녀까지 돌볼 가족이 많아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였다. 시간이 없어 다른 결혼이주여성들처럼 한국어를 배우러 이주여성지원센터나 학원에 가지 못했고 한국 문화와 음식, 생활 방식의 차이로 인한 어려움까지 겪었다.

● 어려운 형편 극복하고 지역사회에 봉사

하지만 임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지역 단기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한국인과 어울렸다. 이 과정에서 일상 한국어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부모-자녀교육 과정에도 참여했고 시어머니를 전문적으로 돌보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임 씨는 다문화 가정 구성원들이 한국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2016년 이주노동자 합동결혼식 메이크업 봉사활동을 시작했고 동료 이주 여성들을 위한 한국어 수업, 병원 통역 봉사 등에도 참여했다. 2019년부터는 대구시교육청의 학부모 국제교류 통역단으로 활동하며 다문화 가정 권익 향상에도 힘쓰고 있다.

임 씨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건강한 구성원으로 한국 사회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제14회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 다문화 가족 부문 대상을 받았다. 임 씨는 상금 500만 원과 모국 방문 비용을 부상으로 받았다. 그는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앞으로 가족과 사회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더 노력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겠다”며 “가족 모두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은 한국을 다문화 친화적인 사회로 만드는 데 공헌한 이들을 발굴하고 격려하기 위해 2010년 제정됐다. 올해도 다문화 가족 구성원과 공로자 등 개인 10명과 단체 3곳이 상을 받았다.

● 통번역대학원 입학 등 한국서 도전 이어가

가족 부문 우수상은 역경을 딛고 한국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 온 이주 여성들에게 돌아갔다.

가족 부문 우수상 수상자 가오지홍 씨(43)는 22년 전 유학을 위해 중국을 떠나 한국에 왔다. 그리고 2005년 남편 전홍렬 씨(49)를 만나 결혼하며 직장을 그만두고 주부가 됐다. 가오 씨와 가족들이 누리던 평범하지만 행복한 일상은 2022년 2월 교통사고로 위기를 맞았다. 당시 그는 전복된 차량을 보고 남편과 구조 활동을 하다 온 가족이 2차 사고를 당했다.

그는 병원에 한 달간 입원하면서 ‘가족이 건강하게 함께 사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이고 감사할 일’이란 걸 절감하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퇴원 이후 새 도전에 나서 올 3월 삼수 끝에 이화여대 통역대학원에 입학하면서 동시통역사의 꿈을 키워 나가고 있다. 그는 4일 시상식에서 “다문화 가족의 일원으로 저와 저희 가족은 한국 사회에 계속 작지만 의미 있는 기여를 해 나가겠다. 앞으로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이웃과 사회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중증 자폐 아들 돌보며 학위 취득

역시 가족 부문 우수상 수상자인 박수진 씨(41)는 필리핀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2005년 친구 소개로 만난 남편과 결혼하며 한국에 왔다. 공무원인 남편 직장을 따라 전북 익산시에 정착한 그는 남편 및 고교 2학년, 중학교 3학년인 두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큰아들은 중증 자폐성 장애로 한 살 정도의 지능을 갖고 있어 말을 하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3년 전 남편의 정년 퇴직으로 소득마저 반 토막 나면서 박 씨 가정은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졌다.

넉넉지 않은 경제 상황에도 박 씨는 자신의 꿈에 도전하는 삶을 이어 나가고 있다. 결혼 전 박사 학위를 취득해 대학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그는 현재 전문대 뷰티산업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내년에는 남편과 함께 디지털대 사회복지학과에도 입학해 공부를 이어갈 예정이다.

또 필리핀에서 온 결혼이주여성들과 ‘필코맘’이라는 자조 모임을 만드는가 하면, 자율방범대로 활동하며 이웃을 위한 봉사에도 앞장서고 있다. 박 씨는 4일 시상식에서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계속 열심히 사는 저의 모습이 다른 다문화 가족에게도 희망이 되면 좋을 것 같다”며 웃었다.

이날 시상식에는 성상환 심사위원장(서울대 독어교육과 교수·한국다문화교육학회장), 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주간, 최성지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관 등이 참석했다. 신영숙 여가부 차관은 사회자가 대독한 축사에서 “여러분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귀감이 된다. 선한 영향력을 나누고 계신 것에 감사드린다”며 “여가부도 다문화 가족의 안정적인 정착과 가족 생활을 돕기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제14회 동아 다문화상 수상자▽가족 부문

-대상: 임소현 씨 가족(대구 중구·베트남 출신)

-우수상: 가오지홍 씨 가족(경기 안성시·중국 출신)

박수진 씨 가족(전북 익산시·필리핀 출신)

▽공헌 부문(개인)

-우수상: 김순화 씨(서울 중랑구 가족센터 다문화강사·중국 출신)

옥희연 씨(전 경남 창원시다문화가정 후원회장)

강상철 씨(다문화 콘텐츠 제작자)

김형곤 씨(경기 하남시다문화가족 후원 이사회장)

▽공헌 부문(단체)

-우수상: 경기 화성시 가족센터

-특별상: 전북 글로벌투게더 김제

경기 안산시 이주민 시민연대

▽청소년 부문

-우수상: 김승우 군(서울 중앙대사대부고 3학년)

장민호 군(전남 나주시 빛누리초 5학년)

윤찬영 씨(건국대 기계전자전공 3학년)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