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계엄’ 후폭풍] 계엄 선포되자 일정 취소하고 귀국 국방분야 해외인사 방한 잇단 연기 방산 교류도 멈춰 수출 악영향 우려
수리온은 군이 쓰던 외국산 UH-1H와 500MD 헬기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한국형 헬기다. 상륙기동헬기와 의무후송헬기, 경찰헬기 등 다양한 파생형이 개발돼 판매되고 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국산 헬기 ‘수리온’의 첫 해외 수출에도 차질이 생겼다.
5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3일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4일 경남 사천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KAI는 수리온 생산 업체다. 자파로프 대통령은 서울의 한 군 공항에서 수리온을 타고 사천까지 날아갈 계획이었다. 이번에 수리온을 직접 체험한 뒤 KAI를 방문해 곧바로 도입 논의까지 진행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상계엄이 선포되면서 자파로프 대통령은 4일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키르기스스탄으로 돌아갔다.
키르기스스탄은 수리온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앞서 지난달 27일 키르기스스탄 비상사태장관이 먼저 방한해 수리온을 살펴봤다. 이로부터 일주일 후 자파로프 대통령이 수리온 시승을 하기로 했던 것이다. KAI는 수리온의 첫 수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었다. 외국 대통령이 수리온을 타는 건 2018년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외국 주요 인사의 한국 방문도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국방부는 5일 예정됐던 한-카자흐스탄 국방장관회담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국방 및 방산 협력을 논의하기 위한 회담이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도 외교장관·국방장관과 함께 5∼7일 일정으로 방한해 윤 대통령과 회담할 계획이었지만 연기했다. 양국 주요 방산 기업들이 교류하는 자리도 모두 취소됐다.
방산 업계에서는 비상계엄 사태가 방산 수출에 끼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방산 수출은 기업의 노력뿐 아니라 국방부를 비롯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중요하다. 그런데 정부가 혼란해지면서 지원은 고사하고 방위사업청 등 관련 기관까지 소극적이 될 것이란 걱정이 커지고 있다. 한국이 주춤하는 사이 방산 경쟁국들이 더 적극적인 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 방산 업계 관계자는 “중동과 유럽의 방산 업계 관계자들이 한국에 올 일정을 연기하는 분위기”라며 “비상계엄 사태 때문에 해외 구매자들의 걱정이 커졌다. 해외 각국에 이번 사태가 방산 생산 및 수출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