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공격을 시도하고 있는 흥국생명 피치(오른쪽).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이동공격을 하는 선수다. 선수 교체를 한 주된 이유다.”
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은 2024~2025 V리그 개막을 사흘 앞두고 있던 10월 16일 아시아쿼터 선수 교체 소식을 알렸습니다.
당시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54·이탈리아)이 이렇게 평한 선수가 바로 피치(28·뉴질랜드·미들 블로커)였습니다.
피치는 2라운드 마지막 경기였던 5일 IBK기업은행전까지 공격을 총 173번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이 중 52.0%에 해당하는 90번이 이동공격이었습니다.
피치 이동공격. 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프로배구 역사상 △한 시즌에 공격을 20번 이상 시도했고 △그중 절반 이상이 이동공격이었던 선수는 이제는 유서하로 이름을 바꾸고 심판으로 활동 중인 유미라(36·당시 KGC인삼공사)뿐입니다.
유미라는 2013~2014시즌에는 전체 공격 시도 198번 중 121번(61.1%), 2014~2015시즌에는 168번 중 95번(56.5%)이 이동공격이었습니다.
피치가 현재 페이스를 이어가면 프로배구 역사상 이동공격을 가장 많이 시도한 선수로도 이름을 남길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2005~2006시즌 김미진(45·당시 도로공사)이 221번 시도한 게 기록입니다.
한 시즌에 이동공격을 200번 이상 시도한 선수도 김미진뿐입니다.
알고 보면 오퍼짓 스파이커?
여자 배구에서 이동공격은 미들 블로커가 세터 등 뒤를 돌아 코트 오른쪽에서 스파이크를 날리는 형태가 가장 일반적입니다.
상대 팀도 이 공격 옵션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블로킹이 분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연경(36)을 비롯해 흥국생명 코트 왼쪽에서 공격하는 선수들도 덕을 보고 있는 셈입니다.
실제로 김연경이 지난 시즌 상대 블로커가 없거나 1명인 상황에서 공격을 시도한 비율은 13.1%였는데 이번 시즌에는 18.0%까지 올랐습니다.
세터 이고은(29)이 상대 블로커가 없거나 1명은 코스로 공을 띄운 비율도 지난해 25.7%에서 31.8%가 됐습니다.
지난 시즌 1.3%에서 이번 시즌 2.7%로
이동공격은 2005~2006시즌만 해도 여자부 전체 공격 시도 가운데 8.0%를 차지하던 공격 옵션이었습니다.
이후 꾸준히 우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지난 시즌에는 이 비율이 1.3%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러다 이번 시즌에는 피치와 함께 페퍼저축은행 장위(張宇·28·중국)도 적극적으로 이동공격을 시도하면서 이 비율이 2.7%까지 올라왔습니다.
한 시즌 만에 이동공격 비율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겁니다.
이동공격은 남자부에서는 이번 시즌 전체 시도 횟수가 5번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이미 사실상 멸종한 상황.
외국인 미들 블로커 두 선수가 과연 여자부에 다시 이동공격 붐을 불러올 수 있을까요?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