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 철망 작업을 진행 중인 부산 사직구장. 롯데 제공
성민규 단장 시절 외야 담장에 설치했던 높이 1.2m짜리 철망을 걷어내고 있는 것.
콘크리트 벽(3.6m), 안전 난간(1.2m) 위에 이 철망까지 더하면서 사직구장 외야 담장 높이는 6m까지 올라갔습니다.
이러면 타자에게 불리한 환경으로 변하게 마련입니다.
올해 사직구장에서 홈런을 하나도 맞지 않은 롯데 마무리 투수 김원중. 롯데 제공
다른 구장에서는 9이닝당 피홈런이 0.98였는데 사직에서는 0.72개로 줄었습니다.
그러나 야구에서 점수가 꼭 홈런으로만 나오는 건 아닙니다.
롯데는 기본적으로 ‘땅볼 투수’가 많은 팀이라 사실 담장보다는 수비가 실점을 줄이는 데 더 중요한 팀이기도 합니다.
롯데는 지난해에도 범타 처리율(DER) 0.650으로 10개 구단 중 9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습니다.
‘사직 본즈’ 황성빈. 롯데 제공
롯데 타자들은 사직구장 바깥에서는 35.9타수마다 홈런을 하나씩 쳤는데 사직에서는 홈런 하나에 48.6타수가 필요했습니다.
올해 롯데 타선은 사직구장에서 OPS(출루율+장타력) 0.835를 기록하면서 경기당 평균 6.3점을 뽑았습니다.
다른 구장에서 롯데 팀 OPS는 0.735, 평균 득점은 4.9점이었습니다.
‘윤나고황’ 그러니까 윤동희(21), 나승엽(22), 고승민(24), 황성빈(27) 모두 사직에서 기록이 더 좋았습니다.
모두 모두 사직에서 불방망이
성담장이 외야 관중 경기 관람에 방해가 됐던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홈런 구단’으로 변신하겠다며 성담장을 허무는 게 맞는지는 의문입니다.
야구에서 점수가 꼭 홈런으로만 나오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LG는 리그에서 가장 투수 친화적인 잠실을 안방으로 쓰면서도 팀 득점 1위에 올랐습니다.
중장거리 타자가 많은 팀에는 이에 어울리는 구장이 또 따로 있다는 방증입니다.
안방 사직구장을 가득 채운 팬들. 롯데 제공
롯데는 안방에서 37승 3무 31패로 리그 4위에 해당하는 승률 0.544를 기록하는 동안 방문 경기에서는 8위(29승 1무 43패·승률 0.403)에 그쳤습니다.
롯데가 안방에서 이 정도 성적을 올린 원동력은 역시 ‘성담장 특화형 타선’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22년 8월호 ‘베이스볼 비키니’(https://bit.ly/41kHYyE)에 썼던 것처럼 성담장은 처음부터 생기지 말았어야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미 있는 걸 없애는 건 또 다른 문제.
이런 선택은 어차피 결과론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기에 내년 시즌 롯데 성적표가 궁금해집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