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동맹전략/이만석 지음/340쪽·2만3000원·플래닛미디어
결정적인 순간, 미국이 반란군 진압을 만류한 이유에 대해 윌리엄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 미국대사는 “12일 밤과 13일 새벽 북한을 자극할 한국군 간의 충돌과, 민간 정부가 전복돼 한국의 정치적 자유가 무산되는 것 두 가지를 방지하는 데 우선순위를 뒀다. 그러나 둘 중에서도 전자를 특별히 경계했다”고 자신의 회고록에 썼다. 민주정 붕괴보다 남한 군부의 내전을 틈탄 북한군의 남침 방지에 주력한 미국의 방침이 한국 현대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셈이다.
이 책은 육군사관학교 교수 출신으로 국제정치와 핵전략을 연구한 저자가 한미동맹의 변천사를 미국의 관점에서 분석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미국이 한미동맹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이해해야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합리적인 한미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최근 미국 대선에서 “부자인 한국을 미국이 왜 지켜줘야 하느냐?”며 문제를 제기한 트럼프의 발언은 사실 새로운 게 아니다. 미국은 한미동맹의 가치를 끊임없이 재평가하며 주한미군 감축을 저울질해 왔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닉슨 행정부의 주한미군 감축 결정 등에 맞서 박정희 대통령이 핵무기 개발 등으로 대응한 게 대표적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