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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G 필수 기술로 꼽히는 오픈랜, 이점 뭐길래

입력 | 2024-12-06 19:11:00


‘오픈랜(Open RAN)’은 무선 통신 네트워크의 개방형 표준을 뜻한다. 이는 기지국 장비의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분리하고, 장비 간 인터페이스를 표준화해 상호 연동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다.

오픈랜은 무선 통신 네트워크의 개방형 표준이다 / 출처=셔터스톡


쉽게 말해 기존의 랜(RAN, Radio Access Network)은 HW·SW 모두 특정 제조업체의 장비를 사용해 구성했지만, 오픈랜은 다양한 제조업체의 네트워크 장비를 혼합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오픈랜은 6G 통신의 핵심 기술로 여겨진다. 오픈랜은 네트워크 자체를 가상화해 통신 장비에 무관하게 소프트웨어만 업데이트하면 되도록 가상화 기지국(vRAN)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운용되는 6G의 네트워크 요구사항을 관통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주요국이 오픈랜 상용화 단계에 이른 데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실증 단계에 불과하다. 국내에는 이통3사를 중심으로 정부와 민관의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오리아(ORIA, Open RAN Industry Alliance)’는 민간 기업과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로, 오픈랜 기술개발, 시험·인증, 실증사업 등 지원을 목표한다. 이통3사와 삼성전자, LG전자, 노키아 등이 참여 중이다. 또한 정부는 지난해 판교에 오픈랜 국제공인시험소 구축, 국내 기업 실증 사업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내년에는 테스트 환경을 고도화해 국내 제품의 국가별 현지 실증을 지원할 예정이다.

가트너 등 자료에 따르면, 전체 랜 시장에서 오픈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8.4%에서 2028년 20.6%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오픈랜 시장을 주도하는 주요 사업자로는 통신사, 통신 장비 제조사, 칩 제조사, SW 기업 등이 있다. 그렇다면 오픈랜 산업 생태계에서 이들 기업이 취하는 이점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제주시에 오픈랜 상용망을 구축한 KT / 출처=KT


통신사, 네트워크 운영 비용 절감 수혜

통신사는 오픈랜의 가장 큰 수혜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픈랜은 다른 제조사의 장비를 혼합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제조사 간 가격 경쟁을 야기한다. 이로써 기존의 독점식 장비 채택 부담이 비교적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하드웨어 장비는 10년을 주기로 교체가 필요했지만, 가상화 기지국을 운용할 경우, 설비 비용이 전보다 줄어 효율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다.

AT&T, NTT 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주요 통신사는 오픈랜 표준 기술 확보, 온오프라인 플랫폼 구축 등을 통해 이미 몇 걸음을 앞선 상황이다. AT&T는 2026년까지 무선망의 70% 이상을 오픈랜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밝혔고, 버라이즌(Verizon)도 가상화 기지국을 1만 5000개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디시 네트워크(Dish Networks)는 삼성전자와 클라우드 기반 오픈랜 상용망과 2만 4000개 가상화 기지국을 구축했다. 일본의 NTT 도코모, KDDI, 라쿠텐 모바일 등도 주요 장비사와 활발히 협력 중이다.

국내 이통3사도 오픈랜 기술 개발에 어느 정도 진척을 보이는 중이다. 이통3사는 국내 기구뿐만 아니라 2018년부터 글로벌 오픈랜 표준 단체 ‘오픈랜 얼라이언스(O-RAN Aliance)’에 참여해 오픈랜 기술 개발 및 표준화에 참여 중이다. 해당 기구에는 세계 이통사들과 엔비디아, 애플 등 세계 300개 기업이 참여 중이며, 화웨이를 제외한 4대 장비 제조사도 동참하고 있다.

이통3사는 올해 실증과제 수행기관으로 선정돼 각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KT는 지난 10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과 NIA 제주시 교육장에 5G 오픈랜 시스템을 구축, 5G 단독모드(SA)로 5G 음성통화 기능을 지원키로 했다. 이는 현재 사용되는 5G망에 오픈랜을 구축한 첫 사례다. KT는 노키아의 분산 장치(DU)를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해 ‘쏠리드’의 장비와 표준화된 인터페이스로 연동했다. 이외에도 KT는 ‘멀티 벤더 오픈랜 무선 장비 동시 연동’, ‘무선망 지능형 컨트롤러(RIC)’ 등 오픈랜 관련 기술을 확보했다.

SKT와 LG유플러스도 각각 경기 양평군과 국립금오공과대학교 캠퍼스 내에 옥외 오픈랜 실증단지를 개소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삼지전자 및 금오공대와 컨소시엄을 꾸렸다. SKT는 오픈랜을 비롯해 AI 기반 네트워크 구축에 초점을 둔다. 지난 6월 오픈랜 얼라이언스 표준회의에서 ‘텔코 엣지 AI(Telco Edge AI)’ 인프라 및 6G·오픈랜 기술 표준화 과제를 제안했다. 또한 AI 기반 오픈랜 전력 절감 기술로 ‘네트워크 엑스 어워드’에서 지속 가능 네트워크 부문 수상을 기록했다.

AI-RAN 얼라이언스 로고 / 출처=삼성전자


개방형 트렌드 따라 선점 나서는 장비 제조사

장비 제조사가 오픈랜 산업에 참여하는 의의는 무엇일까. 오픈랜은 장비 간 인터페이스 규격을 표준화해 특정 장비사에 대한 종속을 완화하는 기술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모듈별 다양한 중견·중소 장비 제조사의 참여 및 공급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기존의 통신 장비 시장을 장악했던 주요 기업들은 불리한 면이 있었다. 그래서 일부 기업은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전 산업 분야에서 개방성을 추구하는 흐름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결국 오픈랜의 장단점은 모든 기업에 동등하게 작용한다는 관점이다.

노키아는 세계 시장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노키아코리아는 지난 10월 연세대학교와 5G 특화망(이음5G) 기반 5G 오픈랜 연구 플랫폼을 연세대 캠퍼스에 공동 설치했다. 이는 국내 대학 최초 설치된 특화망 기반의 오픈랜 사례로, 국내 중소기업의 특화망 기지국 무선 장치(RU)와 노키아의 분산 장치(DU)가 접목됐다. 이외에 노키아는 오픈랜 관련 제품(RIC, anyRAN, MantaRay, AirScale)을 지속 출시하고 있다.

에릭슨은 AT&T와 약 140억 달러(약 18조 2000억 원) 규모 계약을 맺어 올해 하반기부터 약 5년간 장비를 공급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에릭슨엘지는 고성능 프로그래머블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AI·클라우드로 네트워크 운영 자동화에 주력할 계획을 밝혔다. 에릭슨엘지는 HW·SW·엔지니어링 서비스 풀스택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기준 세계 약 4만 개 이상 오픈랜 기지국을 구축했다. 그러나 해외 통신사들에 적극적으로 5G 오픈랜 장비를 공급하는 행보를 보이는 데 비해 국내에서는 비교적 진행 수준이 더딘 상황이다.

한편, 국내 중소 장비 제조사도 오픈랜으로 활로가 열렸다. 쏠리드, 삼지전자, 이노와이어리스 등 국내 중견·중소 장비 제조사는 비교적 기술 개발이 용이한 무선 장치(RU) 위주로 개발 중이다. 이들 기업은 글로벌 통신사와 협업이 가능해지며 시장 진입 기회가 확대됐다.

소프트뱅크가 엔비디아 애리얼 플랫폼으로 AI와 5G 결합 통신 네트워크를 시범 운영했다 / 출처=엔비디아


엔비디아, AI 플랫폼으로 AI와 5G 결합 제공

오픈랜의 확산은 엔비디아, 퀄컴, 인텔 등 반도체 기업에도 호재다. 특히 향후 AI 기반으로 네트워크가 재편되면서 더 높은 컴퓨팅 성능을 요구함에 따라 AI 가속기 및 칩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칩, 플랫폼은 이미 오픈랜 시장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엔비디아의 칩과 더불어 AI 플랫폼 ‘애리얼(Aerial)’은 통신사가 무선 네트워크를 설계, 시뮬레이션,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재 엔비디아는 오픈랜 얼라이언스뿐만 아니라 올해 출범한 ‘AI-RAN 얼라이언스’에도 적극 참여 중이다.

지난해 엔비디아는 NTT 도코모에 오픈랜 장비에 부착해 성능을 고도화하는 GPU 가속기를 공급했다. 또한 지난 11월에는 소프트뱅크가 엔비디아 애리얼 플랫폼으로 세계 최초 AI와 5G 결합 통신 네트워크를 시범 운영했다. 이 회사는 향후 엔비디아 블랙웰 시스템(DGX™ B200)을 제공받아 AI-RAN을 구축할 계획이다. 엔비디아는 자사의 블로그에서 “엔비디아 가속기 및 애리얼 플랫폼으로 구축된 ‘후지쯔(Fujitsu)’의 고성능 5G 가상화 기지국(vRAN)으로 통신사가 소프트웨어 및 클라우드 정의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퀄컴과 인텔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퀄컴은 AI 칩과 플랫폼을 NTT 도코모 등에 제공했다. 인텔은 지난해 SKT와 AI 기반 가상화 기지국 소모전력 절감 기술을 시험했다. AI가 트래픽 패턴을 예측, 가상화 기지국 서버의 CPU 코어별 온·오프 동작을 제어해 CPU 소모전력을 기존 대비 20% 이상 절감했다. 또한 최근에는 통신 솔루션 기업 ‘마베니어(Mavenir)’와 협력해 AI 오픈랜 솔루션을 개발했다. 인텔은 제온(Intel Xeon) 프로세서와 가상화 기지국 개발 키트를 제공해 통신사가 기존 CPU 장비로도 AI-RAN을 구현하도록 지원한다.

이외에 마베니어, 딥시그(DeepSig), 브이엠웨어(VMware), 비아비(VIAVI) 등 통신 관련 SW 기업과, 아마존, IBM,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클라우드 및 서버 기업도 이점을 얻는다. VMware는 가상화 기지국 플랫폼 및 솔루션 기업으로, 삼성전자와 함께 디시 네트워크에 오픈랜 장비를 공급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오픈랜 확산에 따라 사이버 보안 기업의 중요성도 커질 전망이다. 오픈랜의 개방성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사이버 보안 우려가 동반되기 때문이다. 주요 위협에는 ▲클라우드 환경 확대로 인한 공격 표면 증가 ▲오픈랜으로 인한 보안 복잡성 증가 ▲오픈소스 SW로 인한 공급망 위험 ▲공유 인프라로 인한 네트워크 중단 위험 증가 ▲장비 제조사 보안 미비 등이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