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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2024년 계엄에 충격… 과거로 돌아가지 않길”

입력 | 2024-12-07 03:00:00

스웨덴서 노벨문학상 기자회견
“계엄군 막아선 시민들 용기 느껴
군경의 자제력에도 깊은 인상”



소설가 한강은 6일 오후(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스톡홀름=뉴스1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소설가 한강(54)은 6일 오후(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한림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3일 밤 긴박했던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그러면서 “바라건대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10일 열리는 노벨 문학상 시상식 참석을 위해 스웨덴을 찾은 한강은 기자회견에서 첫 질문으로 계엄 관련 내용이 나오자 미리 준비한 글을 읽어 내려갔다. 한강은 “‘소년이 온다’를 쓰기 위해 1979년 말부터 진행된 계엄 상황을 공부했다”라면서 “2024년 겨울이 그때와 다른 점은 모든 상황이 다 생중계 돼서 모든 사람이 다 지켜볼 수 있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맨몸으로 장갑차 앞에 멈추려고 애쓴 분도 보았고,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들을 껴안으면서 제지하려는 모습도 보았다. 마지막에 군인들이 물러갈 때 잘 가라고 아들한테 하듯 소리치는 모습도 보았다”며 “그분들의 진심과 용기가 느껴졌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한강은 “(국회 봉쇄에 투입된) 젊은 경찰분들, 젊은 군인분들의 태도도 인상이 깊었다”라면서 “많은 분들이 느끼셨을 것 같은데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경찰과 군인들이) 뭔가 판단을 하려 하고 내적 충돌을 느끼면서 최대한 소극적으로 움직이려는 걸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명령을 내린 사람들 입장에서는 소극적인 것이었겠지만 보편적 가치의 관점에서 본다면 생각하고 판단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찾으려는 적극적인 행위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강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는 1979년 10·26사태 이후 내려진 비상계엄으로 혼란해진 한국사회와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한강은 또 다른 대표작 ‘채식주의자’가 외설성 논란 등으로 ‘청소년 유해 도서’로 지정된 것에 대해선 “소설에 유해 도서라는 낙인을 찍고 도서관에서 폐기하는 일이 책을 쓴 사람으로선 가슴 아픈 일이었던 건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중고교생들이) 낭독회를 할 때 ‘채식주의자’를 갖고 와서 사인해 달라고 하면, 이건 나중에 읽고, ‘소년이 온다’ 먼저 읽으라고 하기도 한다”며 웃으면서 말했다.



스톡홀름=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