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의혹 불거지고 트럼프 당선 시기와도 겹쳐… 8년 전 탄핵 후 증시 상승
“계엄령 실패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구는 이제 더 커질 것이다. 윤 대통령이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비리 사건을 지휘해 탄핵을 이끌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미국 CNN이 12월 3일 한국에서 벌어진 비상계엄 사태에 관해 보도한 내용이다. 8년 전 탄핵 정국에서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주도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당시와 유사한 과정을 거쳐 탄핵 기로에 서게 됐다는 설명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최근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을 ‘박근혜 정부 말기 데자뷔’에 비유하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탄핵 원인, 탄핵 정국의 전개 과정, 정치 환경 등에서 기시감이 느껴진다는 얘기다.
박근혜 정부 때도 군 계엄령 검토
윤석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오른쪽)이 각각 올해 11월 7일, 2016년 11월 29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 여건도 8년 전과 비슷하다. 정부와 여당의 관계에 불편한 기류가 흐른다는 게 대표적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유승민 원내대표를 ‘배신자’로 규정했다. ‘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되던 유 원내대표가 증세 없는 복지, 국회법 개정안 등을 두고 박 전 대통령과 시각차를 드러내자 압박한 것이다. 이후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유 원내대표는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비박계’ 인사들과 함께 찬성표를 던져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윤 대통령에게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유사한 관계다. 두 사람은 검찰 재직 시절부터 함께한 측근 관계였으나 김건희 여사 논란 등과 관련해 갈등을 겪다가 멀어졌다. 한 대표를 비롯한 ‘친한(친한동훈)계’는 국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서 모두 찬성했고, 한 대표는 “탄핵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으나 당대표로서 대통령 탈당은 다시 한 번 요구한다”고 밝힌 상태다.
“당분간 외국인 자본 이탈 불가피”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흔들리는 자본시장 또한 8년 전과 닮은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6년 탄핵 정국에서 코스피는 1900대 중반까지 하락했다가 12월 9일 탄핵소추안 통과,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 인용을 거치면서 2100 선에 안착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따른 미국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글로벌 경기 호황으로 2017년 말에는 2400~2500대를 오갔다. 원/달러 환율 또한 2016년 12월 중순 1211원 수준으로 치솟았다가 2017년 말 1070원까지 지속해서 하락했다.
이지환 아이에셋경제연구소 대표는 “과거 사례처럼 탄핵 정국으로 넘어가면 일시적으로 외국인 자본 이탈이 있을 수밖에 없고, 지금은 이전보다 국내 증시의 해외 노출 정도가 커진 상태”라면서도 “다만 박 전 대통령 때도, 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탄핵 절차가 완전히 마무리되는 시점에는 증시가 그간의 낙폭을 모두 만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이런 악재가 있을 때마다 증시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채권시장에 머물렀다가 증시로 재유입되는 흐름을 보이곤 했기 때문에 채권시장에서 대규모 이탈이 발생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면서 “아직까지 채권시장이 순유입 상태라는 점은 증시 복원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