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먼지보다 입자 작고 치명적 고온의 배기가스가 찬 공기 만나면… 급격히 식으면서 입자형태로 응축 발암물질이지만 필터로도 못 걸러… 미국-유럽 등 20년 전부터 연구 국내선 올해부터 실태조사 예정… 냉각-흡수 이용한 제거법 개발 중
전문가들은 겨울철 초미세먼지보다 입자가 작은 ‘응축성 미세먼지’에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올겨울 초미세먼지(PM2.5)가 작년보다 극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겨울철 대기가 정체하며 초미세먼지가 한반도 상공에 장기간 머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초미세먼지보다 입자가 작은 ‘응축성 미세먼지’에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초미세먼지에 관한 연구들은 어느 정도 이뤄졌지만 응축성 미세먼지의 확산 양상과 영향 연구가 충분하지 않아 위험성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 응축성 미세먼지, 선진국에선 이미 연구 중
4일 국립환경과학원의 올겨울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 전망에 따르면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전년보다 높을 확률이 50%, 비슷하거나 낮을 확률이 각각 30%와 20%라고 밝혔다. 북서태평양·인도양·대서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고 티베트 눈덮임은 평년보다 적어 올겨울 한반도에 고기압성 순환이 자주 발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고기압 영향권에 놓이면 대기가 정체해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와 국외에서 유입된 미세먼지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대기 중에 오래 머문다.
응축성 미세먼지를 연구하는 전기준 인하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응축성 미세먼지는 주로 초미세먼지보다 크기가 작고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며 응축성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응축성 미세먼지에는 포름알데하이드, 니켈, 불소, 페놀, 다이에틸헥실프탈레이트 등 독성물질이 포함돼 있다. 특히 응축성 미세먼지는 가스 상태로 배출되기 때문에 입자 상태로 배출되는 ‘여과성 미세먼지’처럼 산업시설에 설치된 필터에 걸러지지 않는다. 자신도 모르게 응축성 미세먼지를 흡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배귀남 동북아지역 초미세먼지 사업단장은 “미국, 유럽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20년 전부터 응축성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조지연 의원실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1980년대부터 응축성 미세먼지 관련 연구를 시작했고, 1991년 응축성 미세먼지 측정 방법 개발 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또 1999년부터 응축성 미세먼지 배출량을 산정해 관리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2019년부터 응축성 미세먼지 배출량을 보고하는 표준을 마련하고 있고 중국과 일본도 배출계수 개발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 국내선 어디서부터 배출량 줄일지 알기 어려워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인하대 수도권 미세먼지연구·관리센터와 함께 지난해 말 응축성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방법에 대한 대기오염공정 시험기준을 마련하고 올겨울 본격적으로 실태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대기오염공정 시험기준에 따르면 희석공기와 배출가스를 혼합해 42도 이하로 유지되는 필터로 응축성 미세먼지를 측정한다.
김영민 한국기계연구원 친환경에너지연구본부 친환경모빌리티연구실 책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응축성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개발한 기술의 핵심은 냉각과 흡수를 모두 이용한다는 점이다.
100도 이상의 배기가스가 굴뚝에서 배출되기 전 미리 상온 가까이 냉각시키고 가스가 기체에서 액체로 변하면 먼저 필터로 수분기를 제거하고 응축성 미세먼지를 걸러낸다. 이렇게 배기가스에서 수분기와 응축성 미세먼지를 각각 70%, 80% 제거한 다음 남은 수분을 녹여내는 흡수제를 분사해서 한 번 더 수분을 흡수, 제거한다. 최종적으로 수분기와 응축성 미세먼지가 처음 배출됐던 상태보다 85% 수준까지 제거되는 결과를 얻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배기가스 냉각 시 회수한 열을 다시 활용할 수 있어 경제성에서도 이점이 있다. 연구팀은 실험실 연구를 확대해 산업용 보일러에서 배출되는 응축성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중소기업벤처부 연구개발(R&D) 과제를 2025년까지 수행 중이다.
응축성 미세먼지고온의 배출가스 안에서는 가스 형태로 있다가 굴뚝에서 배출되면서 찬 공기와 만나 응축돼 입자로 변하는 먼지 중 직경이 초미세먼지와 유사한 2.5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이하인 것을 말한다.
이채린 동아사이언스 기자 rini11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