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울산 상징 ‘공업탑’… 트램에 자리 내주나

입력 | 2024-12-09 03:00:00

로터리 회전 구간서 교통사고 잦아… 도시철도 도입 땐 교통 체증 악화
혼잡 개선 위해 ‘평면형’ 전환 가닥
시, 5지 평면교차로 개선안 제시
공업탑은 다른곳으로 이전할 듯



울산시가 도시철도(트램) 1호선 건설 계획에 따라 공업탑 로터리를 평면교차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남구 공업탑 로터리 일대 전경. 울산시 제공


교통 혼잡과 사고로 악명이 높은 울산 남구 공업탑 로터리가 도시철도(트램) 개설을 계기로 ‘회전형’에서 ‘평면형’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교통 혼잡 개선을 위해선 평면화가 낫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산업수도 울산의 상징인 공업탑의 존폐에 관심이 쏠린다.

6일 오전 8시 울산 남구 신정동 공업탑 로터리 내부 도로는 서로 빠져나가려는 시내버스와 승용차들이 뒤엉켰다. 꼬리 물기로 교통 체증은 더욱 심해졌고, 기다리다 지친 일부 운전자는 짜증이 난 듯 창문을 열고 경적을 여러 차례 울리기도 했다. 정체는 로터리와 접속된 도로는 물론 인근 1.5km 이내의 간선도로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 로터리는 초행길 운전자마다 ‘로터리 내부에서 차선 변경에 애를 먹었다’고 토로할 만큼 운전이 어렵기로 악명높은 구간이기도 하다. 최근 3년간 152건의 교통사고가 났고, 이 가운데 87%가 진입하는 회전 구간에서 발생했다. 같은 기간 보험금을 노린 고의 사고도 43건으로 전국 교차로 가운데서 가장 많았다.

이 로터리는 2029년 개통 예정인 도시철도 1호선이 관통하는 노선에 들어가면서 변화를 맞게 됐다. 울산시는 로터리를 그동안 그대로 둘 것이냐, 평면화할 것이냐를 두고 깊은 고심에 빠졌고, 교통체계 효율화 방안 연구를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론 지금의 로터리를 유지하는 건 힘들다는 결론이 나왔다. 로터리 체계를 유지한 채 트램을 도입하면 로터리 내부 대기 공간 감소, 신호 혼란, 차량 간 엇갈림 현상 심화로 교통 체증과 사고 발생이 더 악화된다는 것이다.

시는 접근로 방향별 교통량을 고려해 5개 도로가 만나는 5지 평면교차로 개선안을 제시했다. 모의실험에서 모든 진입로가 멈춰 선 로터리 때와 달리, 삼산로와 문수로에는 양방향에서 차들이 트램과 나란히 다닐 수 있다. 또 트램 운행 시 출퇴근 시간 차량들이 빠져나가는 시간도 로터리보다 교차로가 훨씬 짧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평면교차로 개선안을 적용하면 퇴근 시간대 차량 지체도가 기존 246.2초에서 173.8초대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퇴근 시간엔 문수로에서, 출근 시간엔 삼산로에서 각각 교차로를 빠져나가는 시간이 다소 늘어나는 건 단점으로 지적됐다. 무엇보다 트램 상·하행선이 차로를 잠식하게 돼 교차로로 바꾸더라도 이전보다 교통 체증은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전경술 울산시 교통국장은 “트램 도입과 공업탑 교차로 개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경찰청 및 전문가들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업탑은 상징성을 고려해 철거보다는 이전 쪽에 무게가 더 실리는 가운데 이전 장소로는 울산대공원과 태화강역 광장, 울산박물관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공업탑은 1962년 울산이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높이 25m 규모로 1967년 4월 세워진 울산의 랜드마크이자, 한국 근대화와 산업화의 상징물이다. 공업탑은 이곳을 지나는 5개의 간선도로가 만나는 공업탑 로터리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한편 울산시는 2029년 개통을 목표로 신복로터리∼태화강역 11km 구간에 트램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