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 수습 방안과 관련한 대국민담화 발표를 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궐위-사고 아닌데 총리에 권한 일임은 위헌”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이다. 국군통수권과 조약 체결·비준권 등 외교권, 공무원 임면권, 법률안 거부 및 공포권, 시행령을 발령하는 행정입법권, 특별사면권 등이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이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숨지거나 사임하는 ‘궐위’ 상태가 되거나 탄핵소추 등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1순위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한 대표가 한 총리와 함께 ‘공동 국정 운영’을 할 경우 명백한 위헌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대표가 한 총리와 고위당정협의 등을 거쳐 당의 의견을 전달하는 수준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국정 운영을 공동으로 하는 건 헌법에 근거가 없다는 것. 헌재 헌법연구부장을 지낸 김승대 부산대 로스쿨 교수는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 능력을 상실한 만큼 한 총리가 권한대행을 할 수 있는 ‘사고’의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면서도 “다만 당 대표는 국정을 인수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했다. 헌재 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도 “정당은 정치적 의사 형성을 통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국정 운영의 주체가 될 수는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한 총리에게 안건별로 권한을 위임하는 식으로 국정 운영을 당분간 해나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헌법 86조 2항은 총리가 대통령의 명을 받아 각부를 통할하게 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총리에 안건별로 위임을 할 수 있다”고 했다.
● 여권 내 “당 대표가 대통령 직무 배제 권한 없어”
야권에선 일제히 “명백한 위헌”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한 대표를 향해 “일반 국민 시각에서 보면 ‘네가 뭔데’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라며 “무슨 자격으로 국정을 자기가 직접, 국무총리와 의논해 정하겠다는 것이냐. 무슨 공산당 인민위원장쯤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치를 그렇게 사적 욕망으로 채우는 수단으로 이용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이날 한 대표와 한 총리의 담화 발표에서 한 총리가 국민의힘 당사로 찾아오고 한 대표가 먼저 발표를 한 것이 두 사람의 권력 관계를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 대표와 한 총리가 주 1회 이상 회동을 정례화하겠다는 계획도 대통령과 총리 간 주례회동을 연상하게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뜬금포로 무슨 소통령 행세하고 싶어서 안달 난 프리고진보다 못한 자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자는 더 보기 딱하다”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사망한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에 한 대표를 빗댄 것이다.
여권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한 대표를 향해 “니(한 대표)가 어떻게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직무 배제할 권한이 있나. 그건 탄핵 절차밖에 없다”며 “대한민국 국민은 니한테 국정을 맡긴 일이 없다”고 거칠게 비판했다.
● 2016년 땐 野 “2선 후퇴” 주장… 與 “초헌법적”
논란이 커지자 한 대표는 “당 대표가 국정을 권한으로 행사할 수는 없고 (야당의 지적은) 오해하는 것”이라며 “총리가 국정 운영을 직접 챙기는 것이고 비상시국에서 당이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는 의미”라고 진화에 나섰다. 이어 “(2016년) 국정농단 상황에서 우원식 (현) 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을 떼고 총리에게 전권을 맡기라’고 말했다”며 “그때 그 취지, 방법을 우리도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