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훈 조계종 불교음악원장 불교음악, 포교 위해 쉽게 만들어… 불경→향가→민요→판소리 발전 조선시대 억불정책 없었다면… ‘교회 음악’ 클래식처럼 됐을 것
단원들과 연습 중인 박범훈 원장(왼쪽). 박 원장은 “클래식이 교회 음악에서 나왔듯이 불교 음악도 얼마든지 종교를 넘어 세계적인 문화 장르로 발전할 수 있다”며 “불교 음악을 발전시키는 게 곧 우리 국악을 발전시키고 세계적인 음악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판소리에 부처님 말씀을 담았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5일 서울 강남구 불교음악원에서 만난 박범훈 대한불교조계종 불교음악원장(동국대 석좌교수)은 “불교음악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이렇게 말했다. 불교음악원은 조계종이 천 년 넘게 전승된 다양한 불교음악과 창작 찬불가 등을 교육하고, 공연을 통해 알리기 위해 2015년 설립한 곳. 86 아시안게임, 88 서울올림픽, 2002 한일 월드컵 개막식 작곡, 지휘, 음악감독을 맡았던 그는 2015년부터 불교음악원장으로 다양한 불교음악을 대중에 선보이고 있다.
―판소리에 부처님 말씀을 담은 게 불교음악이라고요?
―‘어머님 전 살을 빌고, 아버님 전 뼈를 받고∼’ 하며 부르는 민요로 알고 있습니다만….
“맞아요. 상여소리나 민요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데 그 회심곡이 원래 불교음악이에요. 대중적인 포교를 위해 알아듣기 쉬운 내용을 민요 선율에 얹어 부른 것이죠. 회심곡을 절에서 하면 불교음악이 되고, 김영임이 부르면 민요가 된 것뿐이에요. 물론 전문적인 불교음악인 범패가 있지만 대부분은 내용만 불교적일 뿐 우리가 아는 국악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 영산회상도 국악 기악으로 알지만 원래 불교 노래예요. 가사가 실전돼서 지금은 곡만 남아 연주되는 것이죠.”
―불교음악이 서양의 클래식처럼 발전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하셨더군요.
“클래식이 바흐, 헨델처럼 교회 음악이 모태이지 않습니까. 그러다 모차르트, 베토벤을 거치면서 완전히 독립해 하나의 문화로 발달한 거죠. 조선 시대의 억불정책이 아니었다면 불교음악도 그렇게 발전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음악적인 면보다 교리에 집중한 탓도 있고요. 불교음악을 발전시키는 게 결국 우리 국악을 발전시키고 세계적인 음악으로 만드는 일이지요. ‘범 내려온다’처럼요.”
“일본은 우리처럼 불교음악원이나 국립국악관현악단같이 월급을 주는 단체가 거의 없어요. 그게 참 부럽지요.”
―월급을 안 주는 게 부럽다니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단체를 만들어 월급을 준다는 게 바꿔 말하면 나라가 나서지 않으면 문화 생태계가 유지될 수 없다는 뜻이니까요. 일본은 월급은 안 주지만 전공하는 사람은 우리보다 몇 배가 많아요. 실력만 있으면 대부분 후원회가 있고, 스폰서도 붙어서 사는 데 지장이 없거든요. 일본은 중소기업도 호텔 같은 데서 조찬 모임을 할 때 일본 가야금 연주라도 하나 듣고 시작해요. 그런 문화가 있으니 월급 주는 데 가서 근무할 필요가 없는 거죠. 교수도 안 하려고 하니까요.”
―우리는 교수 되는 것이 큰 목표 아닙니까.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