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음악콩쿠르 피아노 심사… 美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 인터뷰 연주자만 음악에 심취해선 안돼… 보여주기 ‘쇼’ 연주는 음악 아냐 ‘나만의 이야기’ 관객에 들려주길 콩쿠르 대부분 ‘잘 팔리는 상품’ 원해… 서울콩쿠르처럼 ‘내면 탐구’ 도와야
동아일보사와 서울시가 주최하는 ‘LG와 함께하는 제19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심사를 맡은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는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실수 없이, 의문이 들지 않도록 연주하는 데 골몰하다 보면 음악가로서의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며 “내면 깊이 파고들어가 자기만의 소리를 찾아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사무국 제공
올해 피아노 부문으로 열리는 ‘LG와 함께하는 제19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미국의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61)는 7일 서울 중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참가자가 자기 강점을 보여줄 수 있는 곡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특별하다”며 “쇤베르크, 천이 등 통상 경연에서 찾아보기 힘든 작곡가가 등장했다”고 말했다.
“오늘날 한국인 피아니스트들은 세계 무대에서 걸출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어요. 올해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러 미국에 왔을 때 제 사무실에 들러 연주를 들려주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더는 내가 조언할 수 없는, 정상 중의 정상이에요. 국제적 대회를 서울에서 여는 건 응당합니다.”
다만 참가자들을 향해 ‘참신함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케너는 “콩쿠르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문제점이죠. 색다른 해석은 멋지지만 고민과 의도 없이는 안 된다”면서 “단지 외적으로 눈에 띄기 위함이라면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릴 적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스승 리언 플라이셔(1928∼2020)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던 순간을 떠올렸다. 스승의 한마디는 ‘네게 가르친 모든 것을 잊으라’였다.
“오랜 배움이 예술적 발전의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고 강조하셨어요. 지금까지 배운 걸 넘어 영혼 깊숙한 이야기를 듣고, 음악으로 화답하는 것. 그러기 위해선 음악을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연습이 필요해요. 작곡가가 악보에 써둔 가이드는 물론이고 역사적 문헌을 공부하면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들려줘야 합니다.”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그 역시 예술적 원천은 “아직 찾아 나가는 중”이다. 그 여로를 함께하는 이는 ‘영혼의 동반자’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다. 두 사람은 2011년 처음 만난 뒤 꾸준히 같은 무대에 오르고 있다. 케너는 “무대에 오른 정경화는 음악적 정수를 추구하는 동시에 관객과 아주 친밀하게 소통한다. 어느 순간 무대가 사라지고, 관객과 대화하듯 연주한다”며 “같은 곡이라도 관객, 장소에 따라 다채롭게 변화한다. 존경스럽다”고 했다.
‘LG와 함께하는 제19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결선 경연은 12일 오후 7시, 13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종로구 서울아트센터 도암홀에서 열린다. 전석 3만 원.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