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 PO 2차전 이랜드에 첫골 내줘… 티아고-문선민 골로 합계 4-2 승리 첫 강등위기 몰렸던 전북 ‘기사회생’ K리그 9회 우승-최고연봉 팀 무색 김두현 감독 “기대한 팬들에 죄송”
전북 선수들이 8일 서울 이랜드와의 프로축구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 안방경기에서 2-1로 이긴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전북은 1, 2차전 합계에서 4-2로 앞서 1부 리그에 잔류했지만 시즌 내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승강 PO까지 치러야 했던 탓에 이날 승리하고도 팬들 앞에선 웃지 못하고 두 손을 모아야 했다. 전주=뉴스1
‘김두현 나가.’
전북이 프로축구 승강 플레이오프(PO)에서 서울 이랜드를 꺾고 K리그1(1부 리그)에 살아남은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 전북 안방 팬들은 경기가 끝나자 김두현 전북 감독의 사퇴를 요구하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을 펼쳤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의 부진한 성적으로 팀을 창단 후 첫 강등 위기로 몰고 간 사령탑을 비난한 것이다.
전북은 이날 K리그2(2부 리그) 3위 이랜드와의 승강 PO 2차전 안방경기에서 2-1로 역전승했다. 전북은 1일 방문경기로 치러진 승강 PO 1차전에서도 2-1로 이겼다. 승강 PO 두 경기를 모두 승리한 전북은 1, 2차전 합계에서 4-2로 앞서 1부 리그 잔류를 확정했다.
이날 후반 추가 시간 전북의 두 번째 골을 넣은 문선민(왼쪽)이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전주=뉴스1
전북은 1부 리그 최다인 5연속 우승(2017∼2021년)을 포함해 통산 최다(9회) 우승 기록을 갖고 있는 팀이다. 또한 1부 리그 12개 팀 중 선수들의 연봉으로 가장 많은 돈을 쓰는 구단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북 선수들의 연봉 총액은 198억767만 원이다. 그런데도 전북은 올 시즌 1부 리그 10위에 그쳐 승강 PO로 내몰렸다. 10위는 K리그에 승강제가 도입된 2013년 이후 전북이 기록한 가장 낮은 순위다. 전북이 강등권 팀들이 속한 1부 리그 그룹B(7∼12위)에서 파이널 라운드(34∼38라운드)를 치른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이 때문에 김 감독은 2부 리그 강등을 피한 뒤에도 웃지 못했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올 시즌)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전북은 4월 단 페트레스쿠 감독(루마니아)이 성적 부진으로 물러나자 팀 수석코치를 지낸 김 감독에게 5월 지휘봉을 맡겼다. 올해 42세로 1부 리그 감독 중 가장 어린 김 감독은 프로팀 정식 사령탑을 맡은 게 올해가 처음이다. 김 감독 부임 이후 전북은 정규리그에서 7승 7무 10패(승률 29%)에 그쳤다. 김 감독은 향후 거취에 관한 질문을 받자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은 없다”고 했다.
1부 리그 최강 팀으로 군림했던 전북이 최악의 시즌을 보내면서 팀 고문을 맡고 있는 박지성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지성은 전북의 테크니컬 디렉터로 활동하며 감독과 선수 영입에 관여했고 지난해 페트레스쿠 감독도 직접 선임했다. 페트레스쿠 감독은 8승 9무 9패(승률 31%)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팀을 떠났다. 박지성은 전북이 강등권에 놓여 있던 8월 보직을 고문으로 변경했다.
이랜드는 창단 10주년인 올해 1부 리그 첫 승격이라는 새 역사에 도전했지만 전북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이랜드 팬들은 선수들을 향해 ‘덕분에 한 해 동안 행복했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쳐 보였다. 김도균 이랜드 감독은 “이번 승강 PO가 팀이 성장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이번 경험을 토대로 내년에는 승격할 수 있는 팀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