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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노트르담은 평화의 상징, 세계 평화도 재건되길”

입력 | 2024-12-09 03:00:00

화재 5년 8개월 만에 재개관식
첨탑 등 예전 모습 완전히 되찾아
녹슨 수탉 풍향계 황금색 변신
트럼프 등 30여 개국 정상 참석



7일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이 2019년 4월 화재 이후 약 5년 8개월 만에 재개관하자 수많은 시민이 주변에 모여 대성당을 바라보고 있다. 파리=신화 뉴시스


“노트르담, 신앙의 모범. 당신의 문을 열어 우리를 기쁨으로 모으소서.”

7일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대문 앞에서 로랑 울리히 파리 대주교가 불에 그을린 나무로 특수 제작된 주교장(杖)으로 대문을 세 번 두들기며 이같이 기도했다. 이윽고 대성당 안에 있던 합창단은 “머리를 들어라, 문들아. 영광의 왕이 들어오시리라”라는 내용이 담긴 성가를 불렀다.

2019년 4월 15일 화마에 휩싸여 처참히 무너졌던 프랑스의 상징이자 세계문화유산인 노트르담 대성당이 대주교의 개문 의식과 함께 복원 공사 약 5년 8개월 만에 드디어 시민 곁으로 돌아왔다.

1163년 착공돼 182년 후인 1345년에 완공된 노트르담 대성당은 프랑스에선 가톨릭을 넘어 국가적인 상징으로 꼽힌다. 파리 시민들은 12세기부터 파리가 본격적으로 번영하고 세계의 문화수도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을 대성당이 860여 년간 지켜봤다고 믿는다. 1991년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됐다.

오랜 세월 묵은때로 검었던 대성당 내부는 밝고 하얀 모습으로 변신했다. 복원 공사와 함께 4만2000㎡의 벽과 둥근 천장도 대대적으로 청소됐기 때문이다.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은 더욱더 화려한 색을 뽐냈다. 5년 전 화재로 힘없이 무너졌던 96m 첨탑도 다시 우뚝 섰다. 첨탑 꼭대기의 수탉 풍향계는 이전엔 녹이 슬어 초록색이었지만, 이제 반짝이는 황금색으로 교체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재개관식 연설에서 “위대한 국가가 불가능한 것을 이룰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연설 뒤 울리히 대주교는 ‘대성당의 영혼’으로 여겨지는 오르간을 8차례 축복했고, 그간 세척된 8000개의 파이프로 이뤄진 오르간은 화재 뒤 처음으로 연주를 시작했다. 당초 마크롱 대통령은 종교와 정치를 분리하는 세속주의 원칙에 따라 외부에서 연설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러운 강풍으로 대성당 실내에서 연설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도 재개관식에 참석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팔씨름하듯 악수를 나누며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는 특유의 모습을 보여줬다. 파리=AP 뉴시스

이날 재개관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30여 개국 정상을 비롯해 2019년 화재 당시 진화에 나섰던 소방관들, 성당 복원에 참여한 기술자들, 가톨릭계 인사 등 1500여 명이 참석해 기쁨을 나눴다.

이날 재개관식은 일반인에겐 입장이 통제돼 약 4000명이 대성당 주변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을 통해 거리에서 기념식을 지켜봤다. 미국인 관광객 낸시 캠프 씨는 “노트르담은 평화의 상징”이라며 “재건된 대성당이 인류를 단합시켜 평화도 재건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리 시민 카린 장티 씨는 “화재 당시 첨탑이 무너지는 걸 보고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다”며 “5년 만에 재건된 모습을 보며 프랑스와 유럽, 나아가 세계가 자부심을 회복한 것 같아 자랑스럽다”고 했다.

재개관 기념식 뒤엔 울리히 대주교가 집전하는 기념 미사가 열렸다. 이후 오후 9시 반부터 성대한 기념 콘서트도 개최됐다. 8일 오전엔 세계 각지에서 온 주교 약 150명과 파리 교구 본당 사제들, 초청 신자들이 참석하는 미사가 열렸다. 오후에는 복원 뒤 처음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개 미사도 가졌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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