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도중 라커룸에서 선수에게 질책성으로 수건을 던져 감독 자리에서 물러난 김승기 전 프로농구 소노 감독. KBL 제공
KBL은 지난달 29일 김 감독에게 자격정지 2년의 중징계를 내렸다. 소노는 감독을 새로 선임했다. A선수는 이후 팀에 복귀해 경기에 나서고 있다. 김 감독의 일은 이유를 불문하고 잘못한 것이다.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김 감독이 자진 사퇴한 이후 피해자 A선수에 대한 심상치 않은 폭로가 터져 나왔다. 그가 대학 4학년 때 농구부 후배들을 심하게 괴롭히고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결국 A선수가 학폭 가해자라는 주장이다.
A선수의 학폭 의혹을 처음 제보한 이는 프로농구 선수 출신 B 씨다. 지금은 은퇴를 하고 다른 일을 하고 있다. A선수의 대학 농구부 후배인 B 씨는 A선수의 학폭 정황을 KBL에 알렸다. 네티즌들이 많이 드나드는 인터넷 커뮤니티 포털에도 B가 제보한 글이 올라와 있다. 클린바스켓볼센터에 신고한 내용과 같다.
“A가 감독에게 수건으로 맞고 팀을 나갔다는 소식을 듣고 주체할 수 없는 분노에 차올랐다. 돌아가고 싶지 않은 대학 시절을 다시 회상하게 됐다. A가 과거 본인이 저지른 중대한 일을 폭력으로 생각하고 있을지 의문이 들고, 본인의 권리를 찾기 전에 과거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질 것인가 궁금증에 휩싸였다. 본인의 잘못을 아는지 묻고 싶다.”
B 씨와 연락을 취했다. 그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제보 내용이 맞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B 씨는 본인이 KBL에 A선수의 학교 폭력에 관해 신고했고, 커뮤니티 포털에 올라온 글도 자신이 작성한 것이라고 했다.
● 한달 간 20여일, 이유 없이 ‘원산폭격’ 당해
B 씨가 언급한 A선수의 괴롭힘 정황은 크게 4가지다. 이 중 3가지는 이해할 수 없는 심부름과 돌출 행위 등에 의한 시달림이다.
머리를 바닥에 박은 상태에서 발로도 차였다고도 밝혔다. 당시 4학년이던 A선수의 폭행은 1~3학년 후배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됐다고 했다. B 씨는 “한 선배는 A에게 각목으로 맞아 기절까지 했다며 나에게 위로 아닌 위로를 해줬다”고 전했다.
토요일 외박하는 날에도 A선수가 후배들을 숙소 옥상으로 불러 같은 기합을 줬다는 B 씨는 “한 달에 20일 가까이 머리를 박았다. 그 후유증에 지금 시달리고 있다. 목과 허리디스크가 터졌고, 현재 왼쪽 팔과 다리 저림 증상으로 고생하고 있다. 매달 신경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 때려 기절시켰다는 각목은 아이스하키 스틱
B 씨는 A선수와 함께 농구부에 있던 시간을 ‘지옥’이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참았다고 했다. 잡음없이 대학을 졸업해 프로팀에 가야했기 때문이다. 주변에 얘기를 했다가 당사자에게 보복을 당할 두려움도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부상 정도나 폭행 당한 상황을 입증할 증거를 남길 생각을 못했다. 감독, 코치에게 고민을 털어놓거나 부모님 등을 통해 수사기관에 고소할 엄두도 못냈다고 했다. 하지만 A선수의 일에 대해선 같이 생활한 동기 등이 모두 공통된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어서 B 씨의 말을 그대로 옮긴다.
“내 또래 농구부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일이다. 수면 위로 안 올라왔을 뿐이다. 오래 참고 살아왔다. A를 형, 선배라고 부르고 싶은 생각은 없다. A가 사과를 단 한 번도 안 했지만 사과 받을 생각도 이제 없다.”
- 대학을 들어가자마자 신입생 때의 일이다.
“정말 죽고 싶었다. 농구를 잘하는 대학에 와서 운동한다고 너무 좋았는데 실상은 1학년 때부터 이상한 심부름하고, 기합 받고 맞다가 하루가 끝나니까 진짜 농구를 그만두고 싶었다.
그런데 포기를 못한 건 부모님이 눈에 밟혀서였다. 어려운 가정 상황이었는데 끝까지 지원해주셨다. 조금만 더 하면 프로에 갈 수 있기 때문에 그만두지를 못했다. 숨 쉴 구멍이라도 있으면 더 열심히 했을 거다. 그런데 대학 1학년 때는 정말 숨을 내쉴 구멍이 없었다.”
- 위로를 해준 선배는 각목으로 맞고 기절을 했다던데.
“그 무렵 대학 동문 농구부 출신 선수들이라면 다 아는 얘기다. 30분에서 1시간, 길게는 2시간까지 머리를 박았다. 다른 형이 ‘나는 A 한테 각목으로 맞고 기절을 했는데 너희는 (각목으로) 맞지는 않았잖아’라고 해줬다. 위로였다.”
- 각목은 어디서 난 걸까.
“운동부에 아이스하키부가 있다. 그래서 운동부 숙소 옥상에 하키 스틱이 많이 널려 있었다. A가 하키 스틱으로 머리를 때리는 건 내가 못 봤는데, ‘빠따’를 치는 건 봤다. A는 누구 한 명이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아래 후배들을 전부 옥상으로 불러 머리를 박게 했다. 농구부는 하루 훈련을 4번 한다. 그런데 여름에 점심 먹고 옥상에 올라가 머리 박게 해놓고는 진짜 2시간이 지나 나타난 적도 있다.”
- A 선수의 동기들은 안 말렸나.
“못 말렸다. 동기들끼리도 그리 친하지 않았다. A는 약간 ‘아웃사이더’였다. A와 동기 형들도 엮이기 싫어했다. A의 동기 다른 형이 나한테 새벽에 편의점 심부름을 시켜서 다녀오면 A가 혼을 냈다. 심부름 시킨 형이 나를 막아주다가, 더 이상 방어를 못해준다. 그러면 여지없이 옥상에서 머리를 박았다.”
-원정에서도 ‘원산폭격’이 있었다고.
“중국전지훈련을 가서도 머리를 박았다. 거기는 호텔 바닥이 대리석이다. 상상이 가지 않나? 지방으로 대학리그 경기를 하러가면 모텔을 숙소로 잡는다. 모텔 방이 비좁은데 A가 그 방에 전부 모아놓고 머리를 박게 한다. 선수들끼리 이리 저리 엉키게끔 한다. 그럴 때면 차라리 운동부 숙소 옥상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어떻게든 기합을 줄 이유를 만들었던 건가.
“경기에 지거나, 경기 내용이 안 좋으면 무조건이다. 식당 정리가 안 됐다는 이유로도 머리를 박았다. 주장 형한테 얘기해서 허락을 받고 외출을 했는데 자기한테는 얘기를 안했다고 혼이 난 적도 있다.”
-A선수가 졸업했을 때 어땠나.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을 때였다.”
- 몸은 괜찮나.
“대학 1학년 때 머리를 하도 박아서 목과 허리가 크게 안 좋아졌다. 대학 2~4학년 때는 어리니까 그래도 버텼다. 프로에 오니 트레이너 선생님들이 단 번에 어디가 안 좋은지 알더라. 은퇴하고 나서는 디스크가 터져 있는 것도 몰랐다. 후유증 때문에 지금은 왼쪽 팔 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신경치료를 받지 않으면 일상 생활이 어렵다. 진짜 농구를 잘하려고 대학에 갔는데 몸이 1학년 때 다 망가져서 버티다 졸업을 하고 프로에서 농구를 일찍 그만뒀다. 억울하다.”
B 씨는 스포츠윤리센터에도 A선수에 대한 학폭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조만간 센터에서 진술을 할 예정이다. B 씨 말고도 A선수의 대학 후배 다른 선수들 다수를 접촉했는데 역시 B 씨와 같은 피해를 당했다고 했다.
또 다른 후배 현역 선수는 “제보 내용이 100% 맞다. 오히려 정말 심한 건 빼놓은 것 같다. 당시 나도 A선수로 인해 상당히 힘들었다”고 전했다. 피해 정황를 듣는 과정에서 음료수 뚜껑에 머리를 박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A선수의 대학 후배인 또 한 명의 선수도 “알려진 제보 내용은 사실이다. 조금 다르다는 거짓말을 할 수 없을 정도다. 나도 대학 때 충격이 커 나중에 마주쳐도 인사도 안 한다”고 했다.
소노 구단은 A선수의 학폭 의혹에 관해 자체적으로 사실 관계 파악을 한 상황이다. 소노 관계자는 “심각성을 알고 있다. 대학 때의 일이라 KBL 조사 등을 지켜보고 대응을 하려는 중”이라고 말했다.
A선수는 “사실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A선수가 김 감독과 벌어진 분쟁 과정에서 선임한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A선수 학폭 의혹과 관련해서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전했다. A선수는 구단이 학폭 제보 관련 사실 관계 확인을 할 때마다 변호사와 연락하라는 입장을 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관계를 따져봐야할 A선수의 지난 행위를 언급하는데 있어서 후배들이 눈치를 본다던가, 숨길 생각이 안 보인다. 신고 내용보다 더 구체적인 정황을 얘기하고, 더 구체적으로 말하겠다는 당사자도 있다.
A선수는 감독에게 수건을 맞고 팀을 바로 나왔다. 감독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팀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이기도 했다. 본인은 감독의 행동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집 근처로 찾아간 김 감독과의 만남도 거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을 통해 피해자로 할 수 있는 조치들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중징계를 받았다.
그런데 A선수가 대학 후배들과는 반대 입장에 있다.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A선수에게 가혹 행위를 당했다는 선수들은 하나같이 트라우마가 남아 있다고 했다. 아직 코트에서, 같이 뛰는 선수들도 있고, 농구계에서 어쩔 수 없이 마주치고 있다. 그 자체로 고통이라고 했다.
경기력에 영향을 받을 여지도 있다. 그래서 그냥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인격 형성이 되고 올바른 사람 관계의 인식이 자리 잡는 성인의 나이일 때, 같이 운동을 하는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일방적인 가해와 피해가 일어났다. 후배들은 A 선수가 ‘결자해지(結者解之)’할 시간은 이미 지났다고 본다. 사안이 가볍지 않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