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북극해 탐사서 오징어 포착… 해수 온도 상승하며 생태계 변화 빙하, 태양에너지 반사해 기온 조절… 감소하면 바다로 열 흡수돼 악순환 전 세계가 협력해 보전 방법 찾아야
극지연구소 해양대기연구본부가 올해 8월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이용해 북극에서 해양 생태 연구에 나선 모습. 극지연구소 제공
이달 4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북극에서 3∼6년 사이 빙하가 없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습니다.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 대기해양과학과 알렉산드라 얀 교수와 스웨덴 예테보리대 지구과학과 셀린 외제 교수는 국제 기후예측 다중 모델을 통해 북극해의 첫 번째 ‘얼음 없는 날’이 2027∼2030년 사이 찾아올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얀 교수는 “그렇게 되면 북극의 생태계도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 나타나는 오징어, 사라지는 북극대구
올해 8월 연구팀이 심해 카메라를 통해 포착한 성체 오징어. 극지연구소 제공
반면 원래 북극에 살던 북극대구와 북극곰 등은 살 곳을 잃고 있습니다. 북극대구는 빙하 근처에서 알을 낳고, 어린 시절을 보냅니다. 그런데 빙하가 녹으면서 알을 낳을 곳이 사라졌고, 알을 낳아도 새끼가 자랄 공간이 없어졌습니다. 사실상 멸종 위기에 처한 겁니다. 북극곰, 북극고래 등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극지연구소 해양대기연구본부 나형술 책임연구원은 “앞으로 북극 토종 해양 생물들이 살 만한 수온의 바다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새로 온 해양 생물들과 먹이 경쟁도 해야 해 개체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 지구에서 가장 빨리 뜨거워지는 북극
북극 빙하의 감소는 단순히 북극 지역의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빙하는 태양 에너지를 반사해 지구의 기온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빙하가 줄면 태양 에너지가 반사되지 못하고 그대로 바다에 흡수돼 수온이 높아집니다. 따뜻해진 바다는 다시 빙하를 녹이는 환경을 조성해 빙하 감소를 가속시킵니다.
빙하 감소로 북극 기온이 상승하면 영구동토층도 녹기 시작합니다.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그 안에 갇혀 있던 동식물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이산화탄소, 메테인과 같은 온실가스가 대기로 방출됩니다. 영구동토층에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의 약 두 배에 달하는 1조6000억 t의 이산화탄소가 매장돼 있다고 추정되는데 이 온실가스가 방출되면 기후변화는 더 빨라지고 빙하가 녹는 속도도 가속화됩니다.
● 빙하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
영국의 스타트업 리얼아이스는 올해 1월 펌프를 이용해 빙하 위로 바닷물을 끌어올려 얼리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캐나다 케임브리지만에 있는 1m 두께의 빙하에 구멍을 뚫고 펌프로 약 1000L의 바닷물을 퍼 올렸습니다. 그 결과 빙하의 두께는 최대 50cm 더 두꺼워졌습니다. 리얼아이스는 이 기술을 통해 북극 생태계 보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기후공학적 접근은 북극 생태계를 보전하는 데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지적으로 빙하를 두껍게 만드는 방식만으로는 전체 북극해 빙하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습니다. 빙하가 녹는 속도와 범위를 따라잡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지구과학과 교수인 줄리엔 스트로브 박사는 리얼아이스의 계획에 대해 “실행 가능한 아이디어가 아니다”라며 “바닷물을 퍼 올려 빙하를 두껍게 하는 행위가 북극 생태계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리얼아이스의 최고경영자 시안 셔윈도 “우리의 접근법만으로 북극 온난화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중요한 것은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것”이라며 “기술적 시도와 함께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북극 빙하를 보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소극적인 대응으로는 북극 빙하 감소를 막기 어렵습니다. 얀 교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낮게 유지하려는 국제적 노력이 북극 빙하 보전 노력의 핵심”이라며 “전 세계적 협력과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손인하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cownina@donga.com